[사설]

지구촌을 강타한 워너크라이 랜섬웨어로 국내 기업 11곳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118에 접수된 랜섬웨어 관련 문의는 4000건이 넘는다. 118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상담센터다. 지난 주말부터 랜섬웨어가 전 세계 150여 개국 컴퓨터망을 공격해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랜섬웨어에 감염되면 복구가 거의 불가능해 컴퓨터 사용자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방만이 피해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KISA는 어제 오후 1시까지 국내 기업 11곳이 피해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의심 신고도 14건 접수됐다. CJ CGV 일부 상영관 광고 서버가 랜섬웨어에 감염돼 광고영상 송출이 한 때 중단되는 사태를 빚었다. 충남 아산시에서는 배방읍의 한 버스정류장 안내판이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이용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고 한다. 아산시는 모든 버스정류장 안내판 단말기의 보안 시스템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유럽,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 여러 나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중국은 3만여개 기관과 기업이 랜섬웨어 공격을 받았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피해가 미미한 편이다. 정부와 기업들이 랜섬웨어 예방 수칙을 발표하고 기민하게 대응한 덕분이다. 하지만 안심은 절대 금물이다. 지금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언제 변형된 공격을 해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정부 출연연이 발 빠른 대처로 이번 랜섬웨어 공격에서 벗어난 건 다행이다. 이곳에 국가 중요 시설이 밀집해 있다. 만에 하나 연구기관의 컴퓨터가 뚫린다면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 모른다. 얼마 전 군(軍) 내부 인트라넷이 해킹당해 이슈화 된 적이 있다. 외부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효과적 대응 방안으로 '망 분리'가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속 출연연 25곳 중 망 분리를 해놓은 출연연은 7~8군데 정도라 한다.

출연연뿐만 아니라 상당수 공공기관들도 외부망과 내부망을 분리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수억원씩 들어가는 예산부담 때문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수천억원 이상의 값어치가 있는 연구 성과물이 랜섬웨어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이버 공격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대응태세를 강화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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