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민 25% 자원봉사 참여, 20대 최다
주요 기업 ‘노블레스 오블리주’ 협약 맺어
해외봉사단 파견해 재능봉사·문화교류도

▲ 대전시자원봉사지원센터 제공
▲ 대전시자원봉사지원센터 제공
“대전지역에 ‘중독자’가 30여만명이 넘어요. 대전시민의 25%나 된다니까요. 심각하죠? 그런데 중독이 확산되고 있어요. 큰일이긴 한데 너무 좋은 일이라 말릴 수가 없습니다.”

임송은 대전시자원봉사지원센터 센터장(대전보건대 교수)의 말이다. 여기서 말한 ‘중독자’는 ‘봉사 중독자’를 뜻한다. 나와 남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중독자라는 단어를 쓰게된 이유를 물었다. “자원봉사자들은 분명히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썼는데 자신이 행복해지고 보람을 느낀데요. 봉사가 중독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대전시자원봉사지원센터와 임송은 센터장의 도움으로 ‘봉사 중독자’를 양산하게 된 배경을 들어봤다.

대전은 자원봉사의 도시다. 지난달 기준 등록된 자원봉사자 수는 37만 8195명에 달한다. 시민의 25%에 이른다. 20대 미만 청소년이 12만 7275명으로 가장 많고 20대 청년들이 10만 9060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사회활동이 활발한 40대가 뒤를 잇는다는 것이다. 대전시에 등록된 40대 자원봉사자 수는 4만 4271명에 달한다. 30대(2만 3467명), 60대(2만 1037명)의 약 2배에 달한다.

은퇴를 목전에 둔 50대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50대 등록 봉사자는 3만 9575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전시는 이에 힘입어 지난해 행정자치부 1362 나눔포털 통계에서 전국 3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 대전시자원봉사지원센터 제공

◆봉사의 집합체, 대전자원봉사지원센터

대전시자원봉사지원센터(이하 센터)는 올해 새로운 도약의 한 해를 보낼 계획이다.

신임 센터장인 임송은 대전보건대 교수가 온 뒤로 매 주마다 활동에 가속도가 붙었다. 매월 첫째주엔 센터 직원들이 직접 봉사 현장에 뛰어들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자원봉사자 모집, 단체 관리에서 벗어나 직접 봉사를 하면서 현장형 센터로 발전시킨다는 복안이다. 또 오는 27일엔 대전지역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대전시 글로벌 외국인 자원봉사단’을 모집해 결성할 계획이다.

선발된 단원들은 연말까지 △무료급식소 △홍보캠페인 △보훈봉사 △이웃나눔 등 3~4회의 봉사활동을 벌인다는 게 센터의 설명이다. 외국인 유학생 봉사단 모집을 위해 배재대가 위탁 운영 중인 대전국제교류센터와 손을 잡았다. 이처럼 센터가 하는 일은 봉사단체 발굴 및 육성, 봉사자 역량 강화 등이다. 시민대학에 자원봉사 강좌는 20개로 2800명이 수강하고 각급 학교에서 52회의 기본교육이 진행된다.

또 재난재해 자원봉사단이 꾸려지고 있어 최근 강원 삼척지역 산불에도 대전지역 자원봉사자들이 파견되는 등 재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재난재해 자원봉사단은 평소 재난 발생이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군대의 ‘5분 대기조’의 심정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센터는 대전이 갖고 있는 교육적 특성을 잘 활용한 봉사단체 구성으로 전국적 인지도를 쌓고 있다. 대전보건대와 건양대가 갖추고 있는 안경광학계열 학과 학생들을 재능봉사에 참여시킨 것이다. 안경광학계열 교수·학생으로 구성된 ‘안경으로 보는 아름다운 세상’은 지역사회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구축됐다. 시민들에게 기부 받은 안경테를 재가공해 돋보기로 제작한 뒤 전달하는 과정으로 간접 자원봉사 활동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 대전시자원봉사지원센터 제공

◆대전지역 기업들도 한마음 한뜻

봉사는 마음만 있다고 되는게 아니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재원이나 인력이 필요하다. 센터는 이를 위해 대전지역 주요 기업이 나눔경영을 펼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2009년부터 시작된 ‘노블레스 오블리주 협약’엔 KEB하나은행을 비롯해 128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기업들은 협약체결 후 연 1회 이상 봉사 참여비율이 70%를 훌쩍 뛰어넘는다. 자원봉사 기본교육이나 1365포털을 활용한 온라인 교육도 벌여 자원봉사자의 소양 향상과 자원봉사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센터는 분기별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나눔경영 스토리’를 펴내 협약기업들의 봉사활동상과 새로운 협약기업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펴낸 소식지엔 한가위즈음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진행된 ‘두손모아-핸즈온 나눔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한가위 송편만들기와 자원봉사기본교육을 곁들여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임직원이 자연스럽게 봉사활동 교육을 받도록 했다. 또 소외계층 문화체험을 위한 틔움버스 지원과 사회복지기관 차량나눔 사업, 동그라미파트너스 운영 등을 자세히 다루기도 했다.
▲ 대전시자원봉사지원센터 제공
▲ 대전시자원봉사지원센터 제공

◆세계로 뻗어가는 대전의 봉사정신

센터는 해외 국제교류사업도 펴고 있다.

2013년부터 시작된 대전 해외봉사단은 20여명으로 구성해 인도네시아에 파견된다. 한국을 넘어 세계 속에 대전지역 자원봉사 정신을 알리려는 게 기획 목표다.

올해는 ‘글로벌 2017-나눔 희망 프로젝트’로 명명돼 인도네시아 반둥지역에서 마을공동시설 조성과 재능봉사, 문화교류 등을 이어간다. 향토기업인 한온시스템과 한국조폐공사의 지정기탁사업으로 이뤄진다.

임송은 센터장은 “센터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2013년부터 낙후된 인도네시아에서만 글로벌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봉사단 경쟁률도 높아 지난해 아쉽게 탈락했던 봉사자들이 재수해 단원으로 뽑히기도 했다. 항공료 등은 자비로 가기 때문에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센터는 올해 더욱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내년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인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자원봉사자를 파견하기 때문이다. 올해 대전지역 시민 1034명을 대상으로 10일간 면접한 결과 676명의 봉사단을 구성했다. 이들은 동계올림픽·팰러림픽 교육, 근무에 대한 교육 등을 받고 내년 대회 중 현장에 파견돼 국제 위상을 드높일 예정이다.

임송은 센터장은 “옛 말에 세살 버릇 여든간다는 말이 있다. 자원봉사는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하는게 정석이지만 유년시절 이와 관련한 교육을 받으면 성인이 된 뒤에도 이어지기 때문이다”며 “요즘 나들이에 무척 좋은 계절이지만 아이들 손을 잡고 봉사현장에 나오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말했다.

이형규 기자 h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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