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석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화요글밭]

5월이다. 연두빛 새싹들이 어느샌가 큼지막하게 자라 손바닥 만한 잎들을 흔들고 있다. 싱싱한 생명력으로 가득찬 숲은 희망의 에너지로 가득차 있다. 꽃과 열매를 향하여 날마다 변화가 일어나는 자연을 보노라면 가슴이 벅차다.

자연의 변화와 더불어 나라의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통해 새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 때문이다. 취임한 지 며칠 안 됐지만 많은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이 짧은 기간 동안 한 일이 그리 많을 수 없음에도 수 많은 일을 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왜일까?

새 대통령은 '나도 옷을 벗을 줄 안다'며 스스로 옷을 벗어 걸고, 식당에서 줄서서 식판에 밥을 받아 직원들과 식사하고, 대선 취재차 고생한 기자들과는 산행을 함께 즐겼다.

이뿐 아니다. 차를 타고 달려가 보고해야 하던 본인만을 위한 집무실에서 벗어나 직원들이 일하는 건물동으로 내려왔으며, 청와대 수석 등의 인선 발표를 국민에게 직접 발표하기도 하고, 세월호 기사에 미수습자 한 명 한 명을 호명하며 하루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시기 우리 국민들은 질릴 정도의 권위주의와 숨이 막히는 불통의 시대를 보냈다. 그러다 보니 높은 데서 내려와 낮은 데에 임하며 격의없이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환호를 보낼 수밖에 없다.

비오는 날에 비옷 모자도 제 손으로 쓰지 않고 있어서 씌워주었다는 이야기, '참 나쁜 사람'이라는 말 한마디로 30년 넘게 일한 공무원을 쫓아낸 이야기, 평일에도 근무장소로 나오지 않고 이른바 관저에 머물렀다는 기사를 읽었다.

무엇보다도 304명의 목숨이 죽어가고 있는 동안에도 무얼하고 있었는지 몰라 국가적 논란이 된 전직 대통령의 면면을 생각하면 최근의 문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고 기뻐하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업무지시 1호라는 일자리 위원회 설치, 연이어 전해진 인천공항 비정규직원의 정규직화 발표, 업무지시 2호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와 5.18 기념식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지시를 한 것도 국민의 간절한 바람에 귀기울인 결과로 보인다.

이러한 새 대통령의 모습은 탈(脫)권위와 소통행보로 규정할 수 있겠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런 모습 좀 보여준 것이 뭐 대단한 일이랴 할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러나 권위를 내려놓지 않으면 화합할 수 없고, 소통하지 않으면 협력할 수 없다.

국민들이 나라의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이 꼭 일의 성과만은 아니다. 일은 여건에 따라 잘 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과 공감하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국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국민과 함께 하는 모습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진실한 소통은 어떤 정책 과제 하나의 해결보다 우리 사회의 나아갈 바를 밝히는 지표가 될 것이며 나라의 발전을 가져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필자는 새 대통령의 탈권위 소통행보에서 희망의 언어, 미래의 약속을 읽는다. 주말을 이용해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공약집을 살펴봤다. 모두 387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다. 국민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국가적 과제와 해결 약속을 담은 책이다. 국민 모두가 꼼꼼히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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