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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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령 나무는 미국 캘리포니아 인요 국립 삼림지에 있는 히코리나무, 일명 '므두셀라'다. 나이가 무려 4848세다. 가장 크고 몸집이 좋은 나무도 캘리포니아에 있다. '하이페리온'의 키는 115m가 넘는다. 수령은 약 800년. 밑동 둘레가 48m로 어른 20여명이 손을 맞잡고 안아도 버겁다. 자이언트 세쿼이아(제너럴셔먼) 한 그루면 주택 40채를 지을 수 있다. 운반하려면 덤프트럭 3000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강원도 정선 두위봉 주목으로 수령이 약 1400년이다. 이 나무들은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큰어른들이다. 물론 '나이' 관점에서 본 어른의 개념이다.

▶살면서 가끔 비명을 지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그 신호의 진폭은 세지고 강렬해진다. 어른은 두 유형으로 흔들린다. 하나는 스스로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유형이고, 다른 하나는 '꼰대' 짓을 해서 어린 사람들에게조차 거부당하는 유형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마음 안에 있는 선과 악을 적절히 통제하는데서 비롯된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을 진심으로 공유하는 능력이다. 잘 늙을 생각은 하지 않고, 잘난 척을 하니 '꼰대'다. 자신의 경험칙을 남에게 원칙처럼 말하니 이 또한 '꼰대'다.

▶'나이 많은 어른'은 넘쳐도 '나이 든' 어른들은 줄어들고 있다. 가정이, 사회가, 국가가 온통 유치(幼稚)해지고 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몰랐던 것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오히려 모르는 것을 더 늘려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채신없이 나댄다. 어른다움은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출 때 빛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내려놓는 일이기도 하다. 이별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고, 좌절에도 도망치지 말아야한다. 걱정도 잘해야 한다. 아픈 날이, 아프지 않은 날보다 많아져 두렵고 황망하지만 아픈 티를 내지 않는 게 좋아 보인다. 그게 나잇값이다.

▶대한민국이 온통 상처투성이다. 모두들 절룩거린다. 어른들이 오히려 온실 속 화초 같다. 어른과 어린이의 차이는 나이와 외모가 아니라 깊이다. 철학이다. 그런데 '정치'는 국민을 보지 않고 왼편, 오른편만 본다. 너무 기울었다. 상처와 흉터는 다르다. 상처는 손상된 상태이고, 흉터는 회복되기 위해 아물면서 남는 흔적이다. 그래서 약도 달리 쓴다. 상처받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아예 기대하지 않으면 된다. 예고편에 속아 한껏 기대했다간 실망만 더 큰 법이다. 정치도 기대하는 순간 상처가 난다. 이 흉터는 잘 낫지도 않는다. 우린 너무 절룩거렸다. 더 참혹한 흉터가 남기 전에, 서로의 상처를 보듬자. 집단 트라우마도 이쯤하면 됐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잖은가.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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