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어제 야당 지도부와 연쇄 회동을 갖는 등 광폭행보를 보였다. 문 대통령이 취임 선서 전에 먼저 정세균 국회의장 및 야 4당을 차례로 방문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정을 안정시키고 개혁과제를 추진하기 위해선 국회와의 협력, 각 정당과의 협치가 절실한 과제인 만큼 그런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새로운 정치 환경 변화를 실감케 한다. 모쪼록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문 대통령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역사와 국민 앞에 두렵지만 겸허한 마음으로 19대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과 소명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몇 달 우리는 유례없는 정치적 격변기를 보냈다. 오늘부터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적폐 청산을 약속했다.

새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권위적 대통령 문화 청산, 국민과의 소통, 광화문 대통령 시대, 권력기관 독립 및 개혁 등을 제시했다. 통합과 소통에 방점이 찍혔다. 문 대통령은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며 국정운영의 동반자인 야당과의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다고 말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고 퇴근길에 시장에 들러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인사 키워드는 탕평·통합·소통이었다. 능력·적재적소 원칙, 유능한 인재 삼고초려, 고른 인사 등용의 원칙을 예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이 이낙연 전남지사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을 비롯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주영훈 경호실장 등 새 정부 첫 인선 내용과 그 배경을 직접 발표했다. 새 정부가 표방하는 '통합과 개혁'이라는 국정이념을 염두에 둔 인사라고 할만하다. 국회인사청문회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책임총리제 약속이 지켜질 것인지 지켜볼 대목이다.

제왕적인 대통령제의 폐단을 너무나 잘 아는 국민으로선 취임 첫날 문 대통령의 파격적인 행보가 신선하게 느껴진다.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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