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곧바로 대통령직에 취임해 업무를 시작한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파면·구속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기간 동안 국가리더십 실종으로 인한 혼돈과 갈등을 접고 이제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았다. 촛불·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주권재민에 대한 국민적 자각과 참여 열기가 오늘날 한국정치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가야할 길이 그만큼 막중하다. 한반도 상황이 예사롭지 않게 전개되고 있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미·중이 단호하게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평화헌법을 2020년까지 고칠 것을 선언, 군사대국화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게 사드비용을 대라고 압박하고, 중국은 사드 갈등 경제 보복을 일삼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소외받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북한 도발을 막고 한반도 미래 비전과 전략을 구축하는 일이 시급해졌다.

국내 상황도 녹록치가 않다. 첫 과제는 단연 '대통합'이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대다수 국민조차도 껴안는 정치력이 필수적이다. 여소야대 국면인 만큼 진영논리, 지역색을 탈피해야 마땅하다. 탄핵·대선 정국에서 증폭된 국론분열을 통합하는 조치가 시급하다. 역대 정부도 출범 초 어김없이 국민통합을 표방했지만 결국은 편가르기 정치로 회귀하곤 했었다. 대통령의 리더십과 연관된 주제다. 오만한 권력은 불통·독선·무능·부패에 물들기 쉽다.

우선 특정 계파 중심에서 벗어나 국민통합형 인사를 폭넓게 등용해야 한다. 국무총리 인선에 특히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여야를 넘나들며 국정운영을 논의할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충청권 인물이 적격이다. 지난날 함량 미달의 총리 및 장관을 고집하다가 끝내 '인사 참사'를 빚었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협치 모델 구축이 긴요함을 일깨운다.

경제 분야 또한 최대 현안이다. 글로벌 경제 훈풍에 힘입어 우리 경제도 반등 기미가 나타나고 있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한미 FTA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대외의존적인 우리 경제 구조상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 저성장 구조 속에서 가계부채 급증, 소비심리 위축, 청년실업, 비정규직 해소 등 경제양극화 문제의 심각성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번 선거는 선거판을 뒤흔드는 빅 이슈도 없고 정치 공학적 연대도 큰 힘을 얻지 못했다. 지역이나 이념의 대결 양상 또한 종전보다는 크게 희석됐다. 야-야 대결의 한 측면일 수도 있고,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어진 결과로도 읽힌다. 정치권의 근본적인 변화와 개혁을 촉구하는 민심 흐름은 빼놓을 수 없다. 향후 실질적 민주주의를 위한 개헌의 향방에 어떻게 반영될 것인지 또 다른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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