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충북교육정보원 교사
[투데이포럼]

지난 3월 세계적인 선수행지도자(Zen Master) 노만 피셔가 우리나라를 다녀 갔다. '구글의 수도원장'으로 통하는 노만 피셔는 현재 에브리데이 젠 공동체(Everyday Zen Foundation)의 상임법사인데, 이 '에브리데이 젠'과 구글의 운영 방식을 보면 상당한 공통점이 눈에 띈다.

먼저, 이들은 '세상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한다'는 공통된 조직 목표를 세우고 있다. 노만 피셔는 '참선 좌복에서 세상으로 나아갈 때는 다른 이들을 이롭게 할 일을 실천하라'고 했으며, 구글의 창업자들은 '우리의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의 삶을 향상시켜 줄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며, '단기적으로 확실한 이윤이 생길지 의심스럽더라도 그것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믿으며 실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에브리데이 젠의 다양한 사업이나 구글의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 프로젝트는 창조적이고 유연한 운영 원리를 공통으로 드러낸다.

또한 구글 속에는 비밀연구소 '구글X'가 있다. 다소 엉뚱하거나 쓸모없어 보이는 프로젝트라도 마음껏 시행해 볼 수가 있는 곳이다. 현재 유용한 기술은 아니지만, 인류를 위해 가치가 있고 미래에 필요한 일이라면 자유롭게 도전해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바로 이곳에서 당시로서는 기상천외한 무인자동차, 룬 프로젝트, 구글안경 같은 기술들이 탄생했다.

정치적 압력이나 주주들의 수익 요구로부터 기술자들을 보호하며 거침없는 도전을 장려하는 이 같은 방식은 마치 영화 속에서 많이 본 장면과도 같다. 판타지 액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도 최강의 마블 히어로가 되는 주인공을 자유롭게 훈련시키기 위해 이 세상과 다른 차원의 세계가 열린다. 주인공이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하며 마음껏 수련하도록 스승들이 차원의 보호막을 쳐 준 것이다.

청소년의 달 5월이다. 우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기르고 있는가? 우리 건국이념에 따라 '세상을 이롭게 할 포부와 비전’을 키워주고 있는가? 아이들이 마음껏 창조성을 발휘하고, 거침없이 도전하도록 안전한 배움터를 마련해 주고 있는가? 기존의 틀을 벗어나 창조적이고 유연하게 배움과 성장의 길을 열어가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우리 현실은 획일적 잣대에 따라 아이들을 줄 세우고, 창조적 재능과 개성을 억압하기 일쑤이다. 교육당국이나 교사들이 교육혁신에 노력하지만, 참신한 시도나 실효성 높은 개혁은 정치 논리나 재정적 압력에 번번이 좌절당하고 만다.

지난 3월 22일 한국을 떠난 노만 피셔 선사는 이 같은 말을 남겼다.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도전은, 우리가 만드려는 것이 이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금을 캐느라 바빠서 미처 묻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문제이다."

5월은 우리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금을 캐려고 했는지,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 앞에서 깊이 성찰해 보는 달이다. 대선을 앞두고 교육이야말로 가장 가치 높은 투자이며, 교육의 참된 목적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데 있음을 뚜렷이 돌아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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