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복 대전시 정책기획관
[시론]

최근 ‘N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보여주듯, 청년들은 사회·경제적 압박으로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다. 취업난을 비롯해 부채, 주거 빈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청년들이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청년들이 대한민국을 ‘헬조선(hell朝鮮)’이라 하겠는가. 그만큼 대한민국의 청년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청년들의 삶을 위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청년 공간 문제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아직 ‘청년 공간’이란 단어 자체도 익숙하지 않은 만큼, 최근에 들어서야 청년 공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청년 공간이 왜 문제가 되는가?

카페를 가보면 청년 공간 문제가 무엇인지 쉽게 살펴 볼 수 있다. 카페는 원래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었지만, 최근에는 카페에 앉아 공부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동아리·동호회 회의나 스터디를 위해 카페를 방문하는 사람도 많다. 때문에 일부 카페는 세미나실이 따로 있을 정도이며,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스터디카페도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새로운 문화의 발전이라 할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 청년 공간 문제가 숨겨져 있다. 청년들이 집과 학교를 벗어나 공부하고, 교류할 장소가 카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 커피 값을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청년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다. 특히 춤이나 음악, 미술 등 문화예술과 관련해서는 학원이 아니고는 이용할 공간이 마땅치 않으며, 이용료도 부담스럽다. 대학교 공간인 강의실이나 강당도 이용을 위해서는 학교 측의 허락이 있어야 하며, 대학생이 아닌 청년들은 더욱 이용하기 쉽지 않다.

청년들에게 꿈꾸고 도전하라고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청년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하지 않을까? 청년들의 꿈을 직접 이뤄주진 못할지언정, 최소한 그들이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은 조성해줘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고 응원해줘야 한다.

다행히도 요즘 각 시도에서 청년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시는 올해 7월 원도심 내 ‘청춘다락(靑春多樂, 청년의 즐거움이 많은 곳)’을 개관해, 청년 공간 마련에 첫 발걸음을 내딛을 예정이다.

하지만 청년 수에 비해 아직 청년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다 더 많은 청년의 이용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공간 확충이 필요하다. 물론 청년 공간을 확충한다고 해서 청년 공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단순히 공간을 만들어서는 청년들이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 공간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카페가 조성된다 하더라도, 집 앞의 카페를 두고 따로 시간을 들여 찾아갈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따라서 청년들을 이끌어 들이고,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할 적절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매력적인 공간이 조성된다면, 입소문을 타고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올 것이다. 청년 공간이 청년들의 꿈과 미래와도 연관되어 있는 만큼, 청년들에게 정말 필요하고 도움이 될 공간으로 조성돼야 한다.

더불어 청년들이 청년 공간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청년들의 주인의식 속에서 청년 공간은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청년 스스로 청년 공간이 본인들의 것임을 알고, 책임감을 갖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청년 공간을 누려야 한다.

대전시는 ‘청춘다락’외에도, ‘청년의 전당’, ‘청인지역’ 등 청년을 위한 공간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갈 예정이다. 청년들과의 소통을 통해 청년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공간으로 조성해, 청년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지지하고 그들의 꿈을 응원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청년들이 청년 공간을 마음껏 누리며 지친 삶 속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고 활력을 찾을 수 있기를, 나아가 미래를 꿈꾸고 도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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