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재 대전시 여성가족청소년과장
[투데이포럼]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어느새 신록이 우거지는 5월이다. 5월이면 귓가에 맴도는 노래 한 소절이 있다. 바로 어린이날 노래다. 올해로 어린이날도 벌써 95회째에 접어든다.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은 과연 어떤 것을 바라고 어떤 것을 원하고 있을까. 얼마 전 아이들에 대한 어떤 설문조사 결과를 보게 됐다. 그 결과에 놀라면서도 동시에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이들이 어린이날에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마음껏 놀기’였고, 누구랑 함께 놀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부모님’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즉 어린이날 아이들이 가장 원한 것은 바로 ‘부모와 함께 노는 시간’이었다.

예전보다 아이를 많이 낳지 않다 보니 요즘은 자녀가 1명, 많아야 2명인 가정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부모가 된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것을 경험하게 하고, 공부시키고 싶은 마음에 옛날처럼 부모와 함께 가정에서 편안하게 시간을 함께 보내기보다는 홈스쿨이나 학원 등 외부 교육기관의 학습이나 체험을 많이 시키곤 한다. 그래서 학교를 마치고 동네 친구들과 땅거미가 질 때까지 어스름해지도록 흙을 묻혀가며 뛰어노는 그림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학원에 가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엄연한 사실이 된 것이다.

우리는 모두 아이였던 시절이 있었고 정도는 다르지만, 어린이날에 뭔가 선물이나 특별한 먹거리를 기대하고 부모님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랐던 기억이 대부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아빠나 엄마가 되어버린 지금의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 부모님이 그러하셨듯이 무뚝뚝하게 아이들의 기대를 현실이라는 이름 속에서 저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도 큰일이고 청년세대가 그나마 결혼조차도 포기하고 있다는 것도 슬픈 소식이다. 물론 그건 그것대로 분명히 대책이 필요하고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일이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바로 현재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을 어떻게 잘 키울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단지 부모나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노는 것을 바랄 뿐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어린이날 하루만이라도 자녀들의 손을 잡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훗날 분명히 그 기억과 추억은 아이에게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도 큰 뿌듯함으로 남을 것이라 믿는다.

대전시에서는 어린이날을 맞이해 카퍼레이드, 군악대 연주, 특공대 레펠 시범과 특공무술공연 등 볼거리와 에어바운스 놀이터, 3대家 요리대회, 전통놀이체험, 탑승 로봇 체험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마련한다. 자녀의 손을 잡고 가족들과 함께 어린이날 큰잔치 행사가 열리는 시청 남문광장과 보라매공원 일원으로 나가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같이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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