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부터 신입생 모집 중단
국내大 진학등 설립취지 위배

자율형사립고인 북일고등학교가 ‘국제과’ 폐지를 골자로 하는 학과 개편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학생들이 보험용으로 국내 대학을 지원하는 등 ‘국제과’ 설립 취지가 갈수록 어긋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학과 개편에 반발하고 있어 학교 측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23일 충남도교육청과 북일고 등에 따르면 북일고는 2019학년도부터 국제과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는 학과 개편을 추진 중이다. 2010학년도에 신설된 국제과는 한 학년 30명의 정원으로 운영돼 왔다. 미국 아이비리그 석·박사 출신 원어민 교사들이 전 과목을 영어로 교육했다. 특히 미국 대학들이 인정하는 ‘미국식 학제’를 도입해 교육과정을 운영, 학생들이 해외 명문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국제과 학생 일부가 국내 대학에 진학하는 일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외국으로 유학을 가서 명문대를 졸업해도 우수 기업에 들어가기 어려워진 데다 해외 대학의 경우, 높은 학비에다 인기도 예전만큼 높지 않아서다. 학교장이 직인을 찍어주지 않으면 외부에서 추천을 받아 대학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이러자 일반 과정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강한 불만을 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학교 측은 국제과 학생들로부터 ‘국내 대학에 가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받았지만 이 각서는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 이 결과 일부 학생들은 해외 대학 생활이 시원찮으면 국내 대학으로 돌아오는 선택을 했던 것이다. 국제과가 처음의 목적에 어긋나게 운영되고 내부 위화감만을 조성하다보니 학교 측은 결국 학과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북일고는 최근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의 의견수렴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방식은 교직원이 오프라인, 학생과 학부모는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교직원 9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 학과개편과 관련된 충남교육청의 기준인 80%를 넘는 동의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과개편 과정에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은 의무사항이 아닌 참고사항이다.

학교 측의 이러한 결정에 일부 국제과 학부모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학교법인 북일학원 관계자는 “이미 입학한 학생들은 안내된 교육 과정을 끝까지 받을 수 있고 장학혜택도 동일하게 제공된다”며 “충분한 대화로 학부모들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과개편은 충남교육청 교육과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학과개편 신청은 4월 30일까지로, 도교육청은 학과개편 승인여부를 6월 30일까지 학교 측에 통보해야 한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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