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본사 편집국장
[나인문의 窓]

오는 5월 9일 실시되는 제19대 대통령 선거에는 역대 가장 많은 15명이 대선 후보로 등록했다. 투표용지 길이도 역대 대선을 통틀어 가장 긴 28.5㎝에 달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처럼 많은 후보들이 나왔지만 선뜻 뽑고 싶은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조기에 치러지는 대선이지만, “누가 돼도 걱정”이라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선거 때마다 경제 회생, 선진 정치 구현, 민생 안정 등 근사한 포장지로 국민들을 현혹하지만, 대통령이 바뀐다고 나아질 게 없다는 원성뿐이다.

그렇다고 투표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개미와 흰개미가 다르고 사슴벌레와 장수하늘소가 다르듯, 더 나은 인물을 골라내는 혜안이 필요하다. 역사는 누가 대통령을 했느냐 보다, 어떤 대통령이었느냐를 더 중시한다는 의미다.

우리와 달리, 미국의 경우 존경받는 대통령이 한둘이 아니다. 대학 총장이 된 토머스 제퍼슨, 워터게이트 사건 때문에 한 때 ‘미국 정치의 수치’로 불리기는 했지만 ‘평화를 넘어서’ 등 9권의 책을 저술하며 재임 시 불명예를 말끔히 씻어낸 리처드 닉슨, 북한과 중동지역을 넘나들며 사랑의 집짓기를 펼친 지미 카터 등.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프랑스 대선에 출마시키자는 온라인 청원운동까지 벌어질 정도로 퇴임 후의 모습이 더 아름답게 회자되고 있다. 대통령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하고도 임기를 채우지 못한채 서울구치소에 갇혀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과는 너무도 상반되는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에서는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골라 최악은 막아야 한다. 민초들의 피와 땀이 엉긴 귀중한 세금을 축내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국정운영이나 위기돌파 능력, 식견과 통찰력, 도덕성, 인성 등을 꼼꼼히 살펴 최적의 후보를 가려내는 것이야말로 유권자에게 주어진 권리이자 의무이다.

무엇보다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진 갈등과 증오심을 봉합할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우리민족은 그동안 좌우대립, 6.25동란, 가난의 질곡, 독재의 신산(辛酸)을 겪으면서도 오늘에 이른 저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두 눈 부릅뜨고 선거판을 지켜보며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또 다시 생각만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제2의 최순실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지금 한반도는 북핵과 사드문제로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나라안팎의 정세가 그만큼 위태로운 지경이다. 안보와 경제가 이미 백척간두에 서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대선 후보들은 선동적 구호를 앞세워 더 이상 국민을 기망하지 말아야 한다. 너나없이 ‘내가 최고’라며 음풍농월(吟風弄月)을 읊을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미 만신창이가 된 국민들을 사지로 내모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선의 슬로건은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이 돼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얼빠진 팔색조 같은 정치로는 나라를 바꿀 수 없다. 국민들도 더 이상 세치 혀로 막말을 일삼으며 유세(遊說)하는 세객(說客)에게는 절대로 표를 주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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