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낱말속 사연]

철들다. '사리를 분별해 판단하는 힘이 생기다'라는 뜻이다. '그 녀석 군대 갔다 오더니만 철들었네', '아직 철이 없어 그러하니 어떠하겠나' 원래 '철'은 규칙적으로 되풀이되는 자연 현상에 따라서 일 년을 구분하는 계절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봄철, 가을철 등등 말이다. 한 해 가운데서 어떤 일을 하기에 좋은 시기나 때를 일컫기도 한다. '씨앗 파종의 제 철은 봄이다'. '철들다'는 '제 철에 들어섰거나 농사지을 계절을 제대로 알게 됐다'는 것이 원래 의미다. 그러니까 '철들다'는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해 최적의 때가 됐음을 말한다. 인간이 나이가 들면서 혹은 삶의 경험이 풍부해지면서 성숙해짐을 비유한다.

철이 없는 어리석은 사람을 '철부지'라 한다. 씨앗을 뿌리는 등 농사를 지을 제 때를 모르니까(不知) 어리석다는 의미다. 사리를 분별할 만한 지각이 없는 것을 '철없다'고 한다. '철딱서니, 철따구니'는 '철'의 속어다. '철나자 망령난다'란 속담이 있다. 어리석게 굴던 사람이 사리분별 있게 일을 잘 할만하니까 늙음에 따른 망령으로 일을 그르치는 경우에 대한 비난조다. 제 철(때)을 놓치지 말라는 경계의 말이다.

이처럼 '철'은 순수 우리말이지만 한자어 '哲(철)'로 써보자. '哲學(철학)'할 때 '哲' 말이다. '哲'은 '밝다, 슬기롭다, 알다, 결단하다' 등의 뜻이다. '哲들다' 억지춘향식이지만 '슬기와 결단성이 있다'로 해석해보자. '슬기와 결단성이 있음'은 사리 분별에 따른 판단이 올바르다. 그러니까 '哲들다'라고 써도 되지 않을까? 우리글의 70% 정도가 한자어이니 이런 생각도 해볼 만한 하지 않겠는가.

요즘 우리나라가 한 마디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상태다. 원인을 외부에서 찾지 말자. 우리 모두가 철이 없기 때문이다. 사리분별의 기준이 무너지고 그 기준을 모르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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