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리학당 오원재 원장
[이상엽의 역학이야기]

윤달에 경사를 치르면 액운이 따른다. 출산을 하면 아기 팔자가 나쁘다. 결혼을 하면 가정불화가 많아져 이혼을 한다. 이사를 하면 운세가 나빠진다. 진리로 믿는 사람들이 매우 많아 윤달이 들면 혼례, 출산, 회갑연, 이사 등의 경사는 급격히 줄어든다. 그래서 예식장, 이삿짐센터 등은 깊은 불황의 늪으로 빠져든다.

이런 풍습을 믿고 따라야 할까, 말아야 할까? 그 어떤 학술적인 근거도 없고 역사적인 기록도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무시해도 되는 미신이다. 윤달에 경사를 치르면 나쁜 일이 생긴다고 한 정통 운명학 서적은 존재하지 않고, 또 음양학이 폭넓게 활용되었던 조선의 역사에도 윤달에 흉사는 치르고 경사는 치르지 않았다는 기록은 없다.

오히려 조선왕조실록은 음력 윤달은 제외하고 24기절로 매월을 계산해 소상과 대상[小大祥], 담제 등을 치렀고, 명과학자들 역시 24기절로 년과 월을 정하고 운세를 점쳤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윤달에 대한 미신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조선 패망 후 음력이 운명학과 관련이 없고, 24절기가 세(歲)라는 달력 즉 24기절력인 동시에 운명학인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병폐라고 볼 수 있다. 24절기는 계절의 변화를 파악하고 운세를 보는 독립된 달력인 사실을 모르는데서 생긴 미신이라는 얘기다.

음력 윤달은 24기절력과 그 길이를 맞추는 과정에서 생긴다. 음력 1년은 약 354일이 되고 24기절력 1년은 약 365일이 된다. 음력 1년은 약 11일이 24기절력보다 짧다. 그래서 3년에 1번, 19년에 7번의 윤달을 배치한다. 따라서 윤달은 운명학과 관련이 없다.

이런 등등 고려하면 "음력에서는‥(중략)‥24기(또는 24절기)를도 입하였다"라고 24절기를 음력에 귀속시켜 음력과 세(歲)라는 2종류의 달력을 음력(태음태양력) 1종류로 축소해 명명한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 편찬 <역서>의 내용도 크게 한몫했다.

우리 조상들은 2종류의 달력을 사용했다. 하나는 음력이고 또 하나는 세(歲)라는 달력 즉 24기절력이다. <서전>, <주례>는 물론 이 모 천문연 천문역법 자문위원이 제시한 <대청시헌서전석>에서 "만약 전 년[舊年] 12월 18일이 입춘이면 18일은 곧 신년(新年)정월 절(節)로 주사(主事)한다. 무릇 정월의 신살, 72후 또한 모두 18일부터 시작된다(又如舊年十二月十八立春, 則十八日卽作新年正月節主事. 凡正月神煞七十二候, 亦皆從十八日起)"라고 한 내용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이 책에서는 음력 12월 18일에 입춘이 들면 그를 기준으로 새해의 시작을 정하고 운세를 점치라고 했다. 음력 12월 18일에 시작되는 새해를 음력이라고 할 사람은 없다. 음력은 운명학과 관련이 없고 24절기는 음력이 아닌 24기절력이며 이 달력의 연월일시가 곧 운명학인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므로 윤달에 경사를 치르면 액운이 따르고, 흉사를 치르면 복을 받는다는 등의 주장은 음력이 운명학과 관련이 없고, 24절기가 독립된 달력이라는 사실을 역술인들과 일반인들이 알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미신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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