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중 을지대병원 정형외과 교수·진료협력센터장
[시론]

지난 2월, 같은 병원 심장내과에 근무하는 동료교수로부터 강의 요청을 받았다. 을지대학교의료원 산하 을지대학교병원과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심장내과 의료진들이 합동 심포지엄을 여는데, 그곳에서 정형외과적 관점에서 보는 ‘폐쇄성 말초 혈관 질환의 수술적 치료’에 대한 강연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양 병원 심장내과 교수들, 심장내과 간호사들, 각종 심기능 검사실 종사자들 등이었다. 필자는 참석 대상자 들이 모두 의사들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적합한 관점을 잡고 최선을 다해 강의 준비를 했다. 또 강의 자료는 첫 머리에 폐쇄성 말초 혈관 질환의 이론적 배경과 널리 알려진 이론적 내용들을 설명하고, 강의 중반부부터 저자가 경험하고 치료한 환자 증례들을 토대로 설명을 하려하기 보다는 주로 수술장에서 경험했던 내용 위주로 현장감있게 준비했다.

그리고 4월 1일, 을지대학교병원 범석홀에서 '2017년 을지대학교의료원 심장내과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심포지엄에서는 심장내과 교수들이 경험한 심장내과적 관점의 "폐쇄성 말초 혈관 질환 환자의 치료"와 증례 발표가 진행됐다. 이후 필자가 준비한 강의를 펼쳤고, 서로간의 질의 및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 시간에는 동일한 질환치료에 내과적 치료를 행하고 있는 심장내과 의료진들로부터 필자가 주로 하고 있는 수술적 치료에 대한 질문들을 많이 받았다. 필자 역시 심장내과 교수들에게 평소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던 점과 환자 치료에 있어 계속 내과적 치료를 유지하는 것이 좋을지, 또는 내과적 치료 후 정형외과 등으로 전과해 수술적 치료로 전환하는 시점은 언제가 좋을지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질문을 했다.

이처럼 각자 다른 영역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만나 각자의 생각과 의견 등을 공유하고,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과 견해를 이해하는 자리는 학술적 목적의 심포지엄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복잡하고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현대 사회는 각 계층별로 각자의 주장만이 옳고 다른 것은 옳지 않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계속적으로 우기기만 하고 독선을 부리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되겠는가?

그러나, 이렇게 아주 상식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에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는 많이 배우고, 사회적인 직위가 높고, 경제적으로 부유한 계층에서 그렇지 않은 계층들 보다 심하다고 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당면하고 있는 현안들을 보면, 대화나 타협으로 처리되지 못하고 결렬되는 것이 많다. 사실 이를 자초한 위정자들의 모습을 보면 이루 말할 수 없이 한심스럽다. 이는 상대방의 의견은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에 기인한다고 할 것이다.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 정신에서 나온 말로 널리 회자되고 있는 말이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이다. 이는 일찍이 서양에서도 힘 있고 권력 있는 사회 지도층에 대해 높은 수준의 윤리 의식과 일방통행적인 사고가 아닌 양방향사고를 통해 타 계층과의 소통이 필요함을 내포하고 있다. 바라건대 앞으로 우리 사회도 일방통행적인 아집과 독선은 사라지고, 양방향통행 같은 사고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 아니, 이해하는 척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요즘 우리나라 국민들은 헌정 사상 이례 없는 상황 속에 살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어 직에서 파면되고, 심지어 구속돼 영어의 몸이 됐다. 혹자는 오히려 이러한 위기 상황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필자 역시도 같은 생각이다. 이러한 위기를 거치면서 새로운 시대에는 사회 구성원들 모두 일방통행이 아닌 소통을 이루는 양방향통행의 사고를 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이해하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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