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리학당 오원재 원장
[이상엽의 역학이야기]

윤달은 공달이다. 윤달은 썩은 달이다. 윤달에는 신(神)들이 휴가를 떠난다. 그래서 윤달에는 아무 때나 묘를 옮겨도 탈이 안 난다. 비석을 세우면 후손이 복을 받는다. 시신(體魄)을 거꾸로 메고 가도 괜찮다. 윤달에 수의(壽衣)를 만들어놓으면 부모님이 장수한다.

확인된 근거는 없지만 진리로 믿고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이 많은 탓에 윤달이 되면 묘 이장, 납골묘, 사초 등을 하고 또 수의를 맞추는 수요는 급격히 늘어난다. 때문에 오래된 조상의 묘를 옮기는 모습은 물론 조상의 묘를 파헤쳐 유골을 불에 태워 납골묘에 모시는 모습도 흔하게 본다. 조선 시대 죄인의 관을 쪼개어 시신의 목을 베는 형벌[剖棺斬屍]보다 더 가혹한 형벌을 조상님께 가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는 셈이다. 윤달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 이런 행사들은 역리학과 관련이 있을까?

윤달에 대한 믿음과는 달리 근거 없는 미신이 분명하다. 조선 약 500년의 역사와 역리학의 원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조선 역사에 윤달이 좋다고 하며, 윤달에 묘 이장을 하고 부모님의 수의(壽衣)를 마련했다는 기록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조선 관상감에서 배출한 명과학자(命課學者)는 물론 현대의 역술인들 역시 24기절로 년과 월을 정하고 묘 이장, 사초 등에 좋고 나쁜 날 등을 가린다.

그런데 어떻게 미신이 진리로 둔갑한 것일까? 음력이 운명학과 관련이 없고, 24절기가 독립된 달력인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병폐라고 보면 틀림없다. 이런 사실을 고려하면 "음력에서는‥(중략)‥24기(또는 24절기)를 도입하였다."라고 하며, 24기절과 60갑자를 음력에 귀속시켜 우리 조상들이 사용해온 달력을 음력(태음태양력) 1종류로 달력의 종류와 역사를 축소해 명명한 한국천문연구원 편찬 <역서>의 내용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이 사용해온 달력은 음력과 절기로 연월을 정하는 24기절력 2종류이다. 이는 조선 시대 달력[책력]을 해석한 <대청시헌서전석> 등에서 확인된다. 이 책에서는 "세(歲)라는 달력의 3월을 정월(正月)이라고 말한다(歲之三月曰正月)."라고 했고 또 "입춘은 새해의 시작[歲首]이다. 입춘이 음력 12월 18일 들었다면 이 날이 곧 새해의 시작이다."라고 했다.

쥐띠[子]로 시작되어 돼지띠[亥]로 끝나는 12지지[地支]로 월을 표기하는 세(歲)라는 달력 즉 24기절력 3번째 달인 인월(寅月)을 음력 정월로 고정시켰다는 얘기다. 윤달은 1년이 약 354일인 음력을 1년이 약 365일인 세(歲)라는 달력 즉 24기절력과 그 길이를 맞추는 과정에서 생긴다. 그래서 음력에는 19년에 7번의 윤달이 배치한다.

조선의 공식 새해는 입춘, 음력 1월 1일은 설날이었으며, 음력은 운명학과 관련이 없고 세(歲)라는 달력 즉 24기절력[歲]이 곧 운명학이라는 사실이 부정되지 않는 한, 윤달에 묘 이장을 하고 수의를 마련하면 부모님이 장수한다는 등의 설은 오류에서 비롯된 미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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