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재 대전세종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투데이포럼]

예로부터 한반도에는 호랑이, 표범, 늑대 등 여러 상위포식자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제의 해수구체정책과 지속적인 도시화 및 산업화로 인해 대부분 절멸됐다. 이는 산림생태계의 불균형을 초래해 최근 국내 대부분 지역에서 멧돼지와 고라니 등 유해야생동물로 인한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서 인간에게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동물을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까치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크게 나타났으나 최근에는 멧돼지에 의한 피해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멧돼지의 경우 도심 출몰로 인해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으며, 종종 멧돼지 공격으로 인해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 유해야생동물 현황 파악을 위해 환경부에서는 2011년도부터 각 시·도의 유해야생동물 종별 피해 현황 자료를 수집해 전국의 유해야생동물 피해 지도를 작성하고 있다.

대전은 도심내 3대 하천 뿐 아니라 외곽을 중심으로 산림이 비교적 잘 발달돼 있어서 다양한 야생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화로 인한 야생동물의 서식지 파편화 등 생태계 불균형은 시민과 야생동물 간의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대전의 멧돼지 출현 빈도는 특·광역시 중 서울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전에서는 각 구별로 농작물 피해보상 및 피해예방시설 설치, 멧돼지 도심출몰 기동포획단 운영 등의 지원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유해야생동물 피해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미흡한 실정이다.

대전 내에서 유해야생동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 유해야생동물 종별 분포 및 밀도 현황 파악을 위한 기초자료 수집이 필요하다. 각 구청별 피해 지역과 일시, 피해농작물, 가해동물 관련 정보 기록은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지도 작성 및 원인 분석을 가능하게 해준다.

국내·외 유해야생동물 관리 사례 등을 비교·분석해 대전의 지역적 특성에 맞는 관리 방안 도출 및 이를 위한 예산 마련 등을 검토해야 한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해야생동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무인센서카메라를 설치, 가해동물에 대한 밀도를 추정하거나,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피해 원인에 대한 생태 연구를 진행하는 등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유해야생동물 피해 지도의 경우 각 종별 피해에 대한 상대적 비율만 제시되고 있어 실효성 등에 대한 지적이 있다. 또 국가적 차원의 유해야생동물 현황 및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아 지역적 수준에서의 유해야생동물 관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대전시는 올해부터 각 구청별 유해야생동물 피해발생현황에 대한 신고 양식을 통일시키고, 정보를 축적해 주요 피해 지역의 분포와 사전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기초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향후 대전시는 정량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지역적 특성에 맞는 유해야생동물 관리 및 산림생태계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와 효율적 관리를 위한 정책 제시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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