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전 세종특별자치시 정무부시장
[투데이포럼]

요즘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모든 주자들이 세종시를 크게 공론화시키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전대표, 문재인 민주당 전대표 등이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만드는 공약을 내세울 태세다.

사실 지금의 어정쩡한 세종정부청사 체계로는 행정의 비효율, 예산낭비, 국가 비상시의 문제점이 지적되기 시작하면서 최소한 국회 분원에서부터 청와대 이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물론 이런 뜻에서 우리는 '행정수도로서의 세종시 완성'을 환영한다.

그러나 필자는 여기에서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는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세종시 행정수도'론이 아니라 진심으로 국가대계를 위한 목소리여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 행정수도 공약을 내걸었던 노무현 전대통령은 이 때문에 "재미 좀 봤다는 솔직한 고백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금 대선주자들 역시 충청도 민심을 얻어 '재미 좀 보려는 선거공학'적 측면에서 세종시 문제를 다루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하드웨어 못지않게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세종시를 완성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도쿄는 2020년 올림픽을 앞두고 도시 재창조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다. 도쿄의 핵이라 할 수 있는 마루노우치 일대를 '회색의 빌딩 숲'에서 '사람들이 교류하는 마당'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마루노우치는 일왕의 궁성, 국회 의사당, 금융기관, 대기업 본사 등이 밀집해 있는 곳이지만 저녁이 되면 사람은 없고 건물이 압도하는 석회화 거리였다. 그런데 이곳에 지금은 맛집이 들어서고 노천카페가 늘어나면서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이처럼 소프트웨어 쪽으로 도시를 변모시키면서 동시에 빌딩의 재건축을 통해 도쿄의 스카이라인을 바꾸는 하드웨어 쪽의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그야말로 인간친화적인 이미지의 도쿄 탄생이다.

뿐만 아니라 바르셀로나 하면 떠오르는 것이 그 톡톡 튀는 강렬한 도시 색채인데 무엇보다 그 중심에는 위대한 건축가 가우디가 있다. 이걸 보러 매년 전세계에서 600만~70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특색 있는 가로등에서부터 성가족 성당, 예술품 같은 공동주택…. 그래서 도시도 상품처럼 시장에 출품한다고 하는지 모른다.

세종시의 경우도 다시는 있을 수 없는 좋은 기회에 놓여있으며, 그래서 이충재 행정도시복합청장이 주장하고 있는 '특화'와 '포용'의 비전에 공감하는 바가 크다. 세종시는 이제 시작하는 도시인만큼 일본 도쿄처럼 중간에서 뜯어 고치고 부수고 하지 않고도 특화를 이루어 세계적인 고품격 명품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기존 도시가 겪고 있는 계층간 갈등, 사회적 비용 절감을 이루는 '통합의 도시'를 이룸으로써 바르셀로나처럼 문화관광지가 되자는 것이다. 거대한 정부기관 유치 등 하드웨어 쪽 못지않게 유아 숲체험원, 어린이 박물관,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무장애 설계(Barrier Free)등 소프트웨어 특화를 접목시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세종시 도시시스템을 보러오게 하고 '도시 컨텐츠'를 수출도 하자는 것.

정말 정치적인 눈으로만 세종시를 생각하지 말고, 품격 있는 도시로 가꿔 세계적 명소가 되게 하는 게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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