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홍순철 편집부국장
예술단체·예술인 개개인 개성 강해
자주 만나 의견 나누는 것이 바로 소통
인문예술학교 설립 역점으로 추진
충북지역 여전히 문화소외지역 놓여
작은 예술제 활성 등 양질의 행사 필요

최근 제23대 충북예총 회장에 선출된 임승빈 충북예총 회장. 임 회장은 충북예총을 새롭게 개혁하는 한편, 조직을 화합하고 소통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강조한다. 임 회장은 임기동안 인문예술학교 설립, 예술행정기획위원회 구성, 충북예술원 설립 등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임 회장으로부터 충북예총 운영 방안과 비전 등을 들어봤다.

- 충북예총 회장 임기 4년간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많은 격려와 성원의 말씀들을 들었다. 그것은 앞으로 충북예총을 다시 새롭게 개혁하고, 또 충북예총을 통해 우리 지역의 예술문화를 더욱 크게 향상시키라는 요구일 수도 있어 어깨가 무겁다. 역대 회장들께서 세워놓은 전통 위로 새로운 벽돌 하나를 올려 놓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 충북예총은 10개의 전문예술협회와 보은군을 제외한 10개 시·군의 예총지회로 이뤄져 있다. 전체 회원 수는 5000명 정도이다. 이런 예총 조직이 하나로 화합하고, 또 소통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 각 예술단체와 개개인의 예술인이 특별히 개성이 강해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언제나 '을'이 돼서 각 예술단체와 예술인들을 '갑'으로 모신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늘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 예총이 낮아져야 예술과 예술인은 산처럼 우뚝하고, 또 의연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인문예술학교’의 설립이다. 충북이 진정한 예향이 되기 위해서는 예술인은 물론, 도민들의 예술문화에 대한 소양이 지속적으로 향상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건전한 비평의 문화도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아직도 우리 충북지역사회는 지연과 학연, 그리고 혈연적 관계가 크게 작용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객관적 비평이 어렵고 또 이로 인해서 예술적 수준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인문예술학교의 설립과 운영은 매우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두번째는 ‘예술행정기획위원회’의 구성과 그 활동이다. 예술인들이 예술문화행정과 기획방법을 몰라 훌륭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면서도 당연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고 해서 예술인들이 행정과 기획능력까지 향상시킬 필요는 없지만 그런 능력을 함양하면 다시 새로운 기획안과 창작방법이 새롭게 창안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예술행정기획위원회를 구성해 예술인들을 지원하고 또 예술인들도 필요하다면 그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교육도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원로예술인들을 위한 '충북예술원' 설립과 젊은 작가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고자 한다.”

-이들 사업 중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하려는 것이 있다면.

“예술인과 도민들의 예술적 소양을 향상시키기 위한 인문예술학교의 설립이다. 궁극적으로 예총이 해야 할 일은 충북예술인의 예술적 수준을 향상시키고, 또 그렇게 수준 높은 예술로 도민들의 예술적 향유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예술활동에 대한 자부담 문제의 해결이다. 현재 모든 예술활동에 대한 행정기관의 지원금은 약 10%의 예산을 자체적으로 부담하도록 돼 있다. 예를 들어 충북예술제 행사에 충북도에서 2억의 예산을 지원하면, 충북예총이 2000만원의 예산을 자체적으로 부담해 2억 2000만원 행사를 치러야 한다.

생각해 보면, 예술단체는 행정기관을 대신해 행사를 치르는 것이고, 또 그 행사로 어떤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자부담금을 충당할 그 어떤 예산도 마련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때문에 모든 예술단체들이 자부담 문제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마침 이런 어려움을 이해하고 이시종 지사가 지난달 2일 간부회의에서 자부담 문제를 해결하도록 적극적인 검토를 지시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취임 소감을 통해 권위적 분위기 청산, 소통 분위기 조성, 진정한 리더십 등을 거론했는데.


“충북예총이 '을'이 돼서 예술과 예술인을 '갑'으로 섬기는 낮은 자세로 임하면 권위주의 등은 금방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선거에서 나는 진정한 리더로서의 예총회장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리더는 구성원 위에 군림하지 않는 것이다. 지시하지도 않는다. 그 직으로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는 일은 더 더욱 없을 것이며, 잘못이 있으면 변명하지 않고 먼저 이해와 용서를 구할 것이다.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지도 않는다. 위험이 있으면 누구보다 먼저 그 위험을 감수할 것이다. 그런 회장이 되도록 노력함으로써 예술인이나 도민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충북예총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소통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 자주 만나고, 도민과 예술인들의 모든 의견을 아무런 선입견 없이 듣고자 하면, 자유스런 소통으로 모두가 함께 하는 충북예총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런 소통을 위해 제일 먼저 원로예술인들과의 간담회를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충북 북부지역인 제천·단양에서 남부지역 영동·옥천까지 원로예술인들을 직접 찾아가 뵙고, 그들의 높은 경륜과 지혜를 빌리도록 하겠다. 제일 먼저 충주지역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충북은 여전히 문화 소외지역이다. 앞으로 충북 도민들의 문화 참여도를 보다 높이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있다면.

“어떤 점에서 문화소외지역인지 그 개념을 이해하기 힘들지만, 청주 시내에서 아마추어 동아리 활동을 빼고도 1년 동안 이뤄지는 예술행사가 약 2000건이 넘는다. 세계적이거나 전국적인 예술공연이 빠지는 것도 없다. 한 예로 청주예술의 전당이 1995년 4월에 문을 열었는데 그 이후 8개월 동안 청주예술의 전당 대공연장, 소공연장, 전시관, 그리고 지금의 청주아트홀에서 있었던 예술행사만 850건이 넘는다. 청주의 다른 공연장과 전시관의 행사, 그리고 각 대학의 예술행사를 합치면 당시만 해도 약 2000건이 된다.

다만, 아직 예술에 대한 절실한 의식이 대도시에 비해 부족하고 이 지역의 예술적 수준을 스스로 비하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청주를 제외한 다른 지역의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청주를 제외한 타 시·군지역 주민들에게 더 많은 예술의 향유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시·군의 예술활동을 더 적극 활성화 하고 찾아가는 작은 예술제 등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또, 이를 위해서는 충북도와 충북문화재단의 지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복권위원회 등의 예술행사 공모사업에도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우리지역 예술단체들이 하는 양질의 행사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군 지역과의 협력 또는 연계를 위한 구상이 있다면.

“지방자치제가 정착되면서 예술활동에 대한 예산지원이 구분되다 보니 실질적으로 충북예총과 시·군예총이 함께 행사를 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이해가 잘 이뤄지면 못할 것도 없다. 그래서 더 원활한 소통이 필요한 것이다. 소통을 통해 시·군예총의 부족한 점을 충북예총이 보완하는 협력과 연계방법을 모색하겠다. 시·군예총 행사에 충북예총이 더 적극적으로 찾아가겠다. 찾아가서 군수나 의장, 의원들을 만나 예술의 질적 향상을 위한 지원의 이해도를 높이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먼저 예술인들에게 당부한다. 명예와 개인적 이익에 연연하지 않는 순수예술의 길은 멀고 험난하다. 그것은 더 절망하고 고독을 감당해 낼 때 가능한 것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창조란 끝없는 절망과 남들이 결코 함께 할 수 없는 고독의 상황 속에서만 가능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명예나 단체장이 곧 진정한 예술적 성취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수준높은 예술을 갈망하는 수많은 도민과 특히 언론에 당부한다. 나는 평소 꽃이 자연의 향기라면 예술은 인간의 향기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그렇게 인간 향기로서의 예술은 그냥 꽃피지 않는다. 자기의 장미가 감기에 걸릴까봐 고깔을 씌워주던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처럼 주변의 관심과 성원이 있어야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많은 격려와 성원, 그리고 메세나(문화예술·스포츠 등 원조나 사회적·인도적 입장에서 공익사업에 지원하는 기업의 지원 활동을 총칭) 운동을 통한 기업의 적극적인 후원이 필요하다. 참고 기다려주는 인내와 긍정의 눈길 또한 절실하다. 그래야 예술인들만의 예술, 충북예총만의 예술이 아닌 우리 충북도민의 아름다운 예술로 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리=오홍지 기자 ohhj238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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