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중 을지대병원 정형외과 교수·진료협력센터장
[시론]

늘 그랬듯 필자는 이번에도 정형외과 관련 학술지에 논문을 내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의대교수가 임상과 수술을 통해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학술 논문으로 집약해 후대에 남기는 일은 매우 어렵고 고독하지만 의미가 있으며, 연구자로서의 명성과 평판을 가져다주는 일이다. 하지만 학술 논문을 작성해 학술지에 투고를 하고 심사를 하거나 받으며 학술지에 출판돼 이를 이용하는 학술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거의 모든 연구자들은 새로운 연구 결과를 포함한 학술 논문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병원에서는 연구에 필수적인 학술지들을 구독하고 있으며, 범용 데이터베이스인 ‘PubMed’ 검색을 통해 필요한 학술지 원문을 여러 경로로 구한 후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유명 학술 논문지의 경우 연구자가 애써 모은 데이터와 실험, 지적 노력을 총동원해 작성한 논문인데도 이를 출판해주는 대가로 출판사에 저작권을 넘겨야 하고, 연구자 본인을 비롯한 다른 연구자들이 이 논문을 보려면 구독료를 내고 봐야 하는 현실에 있다.

때문에 연구자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오픈되어 있는 기관이나 주제 리포지토리 등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구미 각국과 한·중·일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저자가 저작권을 가지고 본인의 논문에 대해 언제든지 접근해 활용할 수 있는 ‘오픈 액세스 운동’을 펼치고 있다.

연구자가 상업 출판사에 논문을 출판하는 이유는 저작권을 주는 대가로 심사 및 출판 비용이 무료라는 점과, 소속 기관이나 국가에서 연구자를 평가함에 있어 SCI와 같은 잣대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자 및 연구기관, 기금 지원기관, 국가가 협력해 학술 논문의 오픈 액세스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이 문제의 첫 번째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방안은 오픈 데이터이다. 2016년 네이처지 뉴스에서는 1500여명의 과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출판했다. 많은 과학자들이 재현성 위기(reproducibility crisis)를 큰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요지이다. 재현성이란 학술 논문의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건으로, 출판된 논문에서 명시된 동일한 조건과 방법, 데이터로 실험하면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출판되는 논문들 중 이러한 재현성이 결여된 심각한 논문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필자의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또 재현성을 추구함에 있어서 동일한 환경을 만들고 동일한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많은 중복비용이 소요되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논문 작성에 활용된 데이터를 출판하고, 영구 식별자(Persistent Identifier, PID)의 권한을 부여 및 공개함으로써 학문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운동이 늘어나고 있다. 연구자들이 자발적으로 신뢰성 있는 데이터 리포지토리에 자신들의 데이터를 기탁해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한다면 비용 및 노력의 절감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학문의 발전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이러한 연구자의 결과물들이 오픈됨으로써 자신의 연구 영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측정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미 영국에서는 이러한 추적 작업을 통해 연구결과가 정책으로 전환되기 위한 증거(evidence)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오픈 액세스와 오픈 데이터의 혜택을 얻기 위해서는 연구자들도 스스로 먼저 오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감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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