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석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목요세평]

휴일에 교육청을 나와 보니 뜨락에 봄기운이 가득하다. 바로 일손이 잡히지 않아 정원을 거닐었다. 청송원, 청심원, 청수원이 정원의 이름들이다. 유달리 맑을 청(淸)이라는 글자가 많이 붙었다. 사익추구 등을 이유로 파면된 대통령을 생각하니 글자 하나도 새삼스럽다.

거니는 내내 바람이 훈훈하고 햇볕도 따뜻했다. 버들강아지는 뽀얀 솜털을 반짝였고 산수유 노란 꽃망울도 눈에 띄었다. 연못의 금붕어들은 가끔씩 튀어올랐다 떨어지며 물소리를 만들었다. 분명 봄이다. 교육계의 한 해, 학교의 한 해는 봄과 함께 시작된다. 그냥 연도가 아니라 학년도이다. 봄이 시작되는 달에 배움의 해를 연다. 생각컨대 자연과 더불어 사람의 몸과 마음이 동뜨는 3월은 학교가 문을 열기 딱 좋은 때다.

3월은 학교의 변화와 개혁을 가꾸는 데 가장 중요한 달이다. 흙을 갈아엎으며 콧노래 부르는 농부처럼 교사들이 변화에 대한 신명으로 흥겨워야 하는 달이기도 하다. 새로 만난 아이들, 동료들과 관계맺기에 집중하며, 학교의 한해살이를 위해 신들메를 단단히 해야 하는 달이다.

학교의 힘찬 출발을 위해 충북교육청에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학년도 준비에 빈틈이 없도록 교육청 기본계획의 12월 발송, 2월초 조기 인사 발령, 학교 교육계획 수립 독려 등을 한 바 있다. 아울러 선생님들이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업무 효율화 계획도 세웠다. 3월 학교 감사 오프제, 교사의 각종 행사·회의·연수 참석 최소화, 온라인 회의 시스템 구축 등도 시행했다.

사람들은 걸핏하면 우리 교육이 개혁돼야 한다, 학교가 변해야 한다고 외친다. 관료, 지식인, 학부모 등 신분은 다르나 목소리는 동일하다. 그러나 그 변화를 이끄는 힘이 어디서 비롯돼야 할지 고민하는 이는 적다.

학교에는 관리자, 교사, 행정직원, 봉사자들이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위해 일하고 있다. 다들 소중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이들 중에서도 교사를 우선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교사야말로 가르침의 직접 당사자이자 배움의 제일 조성자이기 때문이다. 교사를 무시하고 학교의 변화를 논할 수 없으며, 교사를 제외한 개혁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우치다 다츠루가 쓴 '교사를 춤추게 하라'는 책을 읽고 있다. '당신과 내가 함께 바꿔야 할 교육이야기'란 부제가 붙었다. 저자는 "교육제도는 타성이 강한 제도여서 쉽게 바꿀 수 없다"고 전제한 뒤 "교육제도는 일시정지시킨 상태에서 근본적인 보수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교육개혁은 (지금 교육을 수행하고 있는) 교사들이 담당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덧붙여 "인간은 지지받거나 용기를 얻고 자유로워짐으로써 그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교사에 대한 끝없는 신뢰와 성원을 부탁한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 사태를 넘어 새 대통령을 뽑기 위한 선거가 눈앞에 있다. 아무쪼록 후보들이 내놓는 교육개혁안에 교사가 빠지지 않았으면 한다. 여태까지는 교사를 개혁의 대상으로만 여겼다. 바라건대 교사를 중심에 둔 교육의 새 그림을 만나고 싶다.

진정한 교육의 변화, 학교의 새로움은 신명나는 교사에게 달렸다. 정치인들이, 충북도교육청이 교사들을 춤추게 하는 데 앞장섰으면 좋겠다. 보람과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며, 자유와 창의를 꽃피울 수 있게 소리높여 응원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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