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 오늘 결정 난다. 박 대통령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역사적인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오늘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 선고가 갖는 의미가 참으로 막중하다. 선고를 앞두고 탄핵 찬반 단체의 인용·각하 촉구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터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탄핵 인용이냐 아니면 기각 또는 각하를 놓고 우리 사회가 대혼돈에 빠져 들었다.

국민 분열의 향방이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해도 탄핵 반대측의 반발이 거세고 탄핵 기각을 해도 마찬가지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조짐이다. 이미 '촛불'과 '태극기' 집회로 양분돼 세 대결을 벌였던 광장의 거친 숨결이 더욱 격렬하게 확대 양산될 개연성이 있다. 우리 헌정사 흐름에서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모두가 차분하게 헌재의 결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헌재가 그간 확인된 증거와 사실을 기초로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최종 판단할 것이라는 국민적 믿음이 전제된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대통령의 혐의 사실이 과연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될 만한 것인가라는 고도의 법적 정치적 판단이 핵심이다. 대통령 파면을 해야 할 만큼 중대한 사안인가에 대한 판단 기준은 이미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제시된 바 있다. 이제 헌재는 국민과 역사 앞에서 추호라도 거짓이나 부끄럼 없는 용기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승복하고 그간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는 동력을 확보하는 일,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당장 해야 할 궁극적인 과제다. 우선 결자해지 차원에서 박 대통령의 정치적 도의적 의무와 책임이 작지 않다.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박 대통령이 나서서 오늘날 이런 사태를 촉발시킨 데 따른 사과와 더불어 국민 통합을 위한 진실어린 조치를 내놓는 것이야말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대선주자를 비롯해 각 정당 또한 그 몫이 크다. 개인의 정치적 야심을 앞세운 나머지 대의를 그르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어려울 때일수록 통합의 길로 가는 것이 옳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주요 중진 의원들이 어제 오찬회동을 갖고 탄핵 선고 결과에 승복하고 이후 혼란을 수습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에 뜻을 같이했다고 한다. 우리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데 너와 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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