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희 나음정신과 원장
[시론]

3월이다. 새로운 교실의 문을 열 때 긴장과 설렘으로 두근거리던 심장박동 소리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생각난다.

3월 이전에는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이 실감이 안나다가 3월이 되면 비로소 “내가 한 살이 더해졌구나”를 느낀다. 학교 앞에 이제 막 초등 1학년이 된 아이들을 기다리며 추운데서 발을 동동거리는 엄마들을 본다. 어쩌면 아이들보다도 더 긴장돼 보인다. 교문에서 아이가 나오면 복권이라도 당첨된 듯한 표정으로 아이 손을 잡고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3월 한 달은 엄마들에게는 불안한 달이다. 담임 선생님은 어떤 분인지, 내 아이에게 좋은 친구가 생겼는지, 누가 우리 아이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에서 왕따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시 말썽을 부려 학기 초부터 아이들에게 혹은 선생님께 낙인이 찍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불안한 마음은 당연하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맞춰 나가는 것은 어른인 우리도 어렵다. 아직 분별력이 다 갖춰지지 않은 초등학생들은 물론이고 사춘기 절정을 겪고 있는 중학생 고등학생도 맘 놓기는 어렵다.

나는 엄마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그러면 이런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 학교 가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무엇을 준비 했는지, 단체생활에서 친구 관계나 윗사람, 아랫사람들과 관계를 위해 아이들에게 어떤 태도를 당부했는지…. 학년이 올라가기 전에 엄마들은 분주하다. 혹시나 학습이 뒤처질까봐 여러 가지 준비를 한다. 소위 말하자면 선행학습을 통해 아이들을 준비시킨다. 영어학원, 수학학원 등을 다니면서 대다수 아이들은 다음 학기, 심지어 2~3년 후에 배울 것을 미리 예습을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학교에서 마주치는 생활에 대한 예습은 하고 있을까?

친구와 생각이 달랐을 때 어떻게 조율하고 타협하는지, 나와 다른 모습이나 행동패턴을 가지고 있는 친구를 어떻게 수용해 나갈지, 단체 생활에서 내가 어떤 부분을 희생하고 내 개인을 맞추어야하는지, 나보다 못한 친구를 만났을 때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로하고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등등….

개성을 존중받아야하지만 단체를 맞추는 법을 과연 우리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가르쳐주고 보여주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단지 한 해가 지났다는 것만으로 아이가 이 모든 것들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몸에 좋다고 한 가지 음식만 먹이면 안 되는 것처럼 배움에도 지나친 편식을 하는 건 아닐까?

학습 이외에도 더불어 살기 위한 기술을 아이들에게 선행학습 시키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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