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곤 건양대 기초교양교육대학 교수(미국사)
[목요세평]

"내가 생각하기에 이 갈등은 커다란 위기가 지나가고 나서야 끝날 것입니다. 분리된 집은 결코 하나로 설 수 없습니다. 나는 이 정부가 절반은 노예제를 유지하고 절반은 자유로운 상태로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우리 연방정부가 해체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나는 집이 무너지는 것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다만 나는 이 분열이 끝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모두 하나가 되거나 아니면 모두 남이 되거나 할 것입니다."

이것은 1857년 8월 27일 늦은 오후에 일리노이 주 연방 상원의원 후보가 된 에이브러햄 링컨의 고뇌에 찬 발언이었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선정된 링컨의 연설문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너무 급진적이라고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링컨은 자신이 준비한 연설문을 그대로 읽었다. "커다란 위기"나 "남이 되거나"를 말한 것은 반대세력에 의해 전쟁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비난받을 소지가 다분했다. 하지만 링컨은 소신에 찬 이 발언을 삼가지 않았다. 미국 건국 이후에도 갈등과 분열은 있어왔지만 적절한 양보와 타협으로 그 분열의 폭을 좁혀졌다. 하지만 1850년대 후반이 되면서 발생한 사건들(캔자스-네브래스카 법, 피의 캔자스 사건, 드레드스콧 판결, 찰스 섬너의원 폭행사건, 링컨-더글라스 논쟁, 존 브라운의 봉기…)은 일어나는 사건마다 분열과 갈등의 폭을 더욱 확대시켰다. 이 분열과 갈등이 끝나지 않으면 전쟁이 일어날 수 있음을 직감한 링컨의 솔직한 표현이었다. 당시 링컨에게는 자신이 상원의원에 당선되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이는 분열된 조국과 분열된 정부를 어떻게 하면 치유할 수 있는가를 고민한 정치가 링컨의 진심어린 호소였다. 링컨은 이 발언으로 수많은 비난을 받고 경쟁자 더글러스에게 패배했다. 하지만 링컨의 솔직하고 담대한 생각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었다. 링컨은 사랑하는 조국과 연방의 분리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전쟁을 치루고 관용과 용서로 하나의 국가를 다시 탄생시켰다.

2017년 3월 13일로 예상되는 이날이 참으로 두렵다. 이 나라가 둘로 분열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 때문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 불길함에도,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도 많음에도, 어느 누구하나 나와 소신과 확신에 찬 발언으로 이 두려움과 불길함을 해소시켜주지 않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성숙한 민주주의 국민이란 국민이 합의한 법의 절차를 따른 것이다. 광장의 힘을 빌려, 촛불의 힘을 빌려, 태극기의 힘을 빌려 정당한 법의 절차를 무시하면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더 이상 없다. 헌법재판소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재판관과 특검을 협박하는 현실은 폭력과 힘이 지배하는 무정부 사회나 다름없다. 여느 정치가의 쏟아지는 치외법권적인 무책임한 발언은 자신에게는 달콤한 꿀인지 모르지만 이 나라와 이 나라 국민들에게는 쓰디쓴 독약이나 다름없다. 지금 이대로 13일 되고 이대로 판결이 내려진다면 이 나라의 비극의 끝은 어디인지 모른다.

이제 13일이 되기 전에 우리 정치권은 물론 우리 국민들 모두가 큰 약속을 하나 해주기를 바란다. 용기 있는 정치가가, 이 나라를 이끌어 가고자 하는 여러 대통령 후보들이, 그리고 여야 의원들이 먼저 나와서 약속을 해주기를 바란다. 국민들 앞에서 통 큰 약속을 해주기를 바란다. "탄핵에 대한 어떠한 판결이 나오더라도 그 판결에 따른다."는 약속이다.

촛불은 촛불대로 우리 국민이고 태극기는 태극기대로 우리 국민이다. 1919년 3월 1일의 하나의 목소리가 2017년 3월 1일은 둘로 나누어져 있는 것을 보고 너무나 가슴 아프다. 지금 이때 링컨이 이 나라의 정치가라면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아마도 이런 발언을 했을 것이다.

"촛불과 태극기로 분리된 이 나라는 결코 하나로 설 수가 없습니다. 나는 이 정부가 절반은 촛불을 들고 절반은 태극기를 들고는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우리 정부가 해체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나는 집이 무너지는 것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다만 나는 이 분열이 끝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모두 하나가 되거나 아니면 모두 남이 되거나 할 것입니다."

등소평에게서 지혜를 얻어 보자. 자본주의냐? 공산주의냐? 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되는 길이 우선되어야하지 않은가요? 촛불이냐? 태극기냐? 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 우선 행복해야하지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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