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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배성환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장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1995년 ‘와해성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기존 시장과 업계를 와해시키고 대체한다고 주창했다. 이후 우리는 구글의 알파고, 테슬라의 전기차, 우버 택시 등 다양한 업계의 혁신 사례를 목격했다. 지난해 다보스 포럼에서 세계의 석학들은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등 핵심적 와해성 혁신 기술과 그것들의 융합이 ‘제4차 산업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와해성 혁신은 그 의미에서 기술의 독점과 승자독식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세계경제포럼의 클라우스 슈밥 교수는 제4차 산업혁명의 특징으로 급속한 기술 진보, 전 산업 분야의 재편, 사회 시스템의 전반적 변화를 들어 과거의 어떤 산업혁명보다 사회에 큰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선점한 사람이 모든 것을 독점하고 모든 것을 바꿀 것이며, 그렇기에 생존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 달려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스위스의 최대 은행인 UBS는 우리나라를 제4차 산업혁명에 적응할 수 있는 수준에서 세계 25위로 평가했다. 갈 길 바쁜 우리나라가 아직 준비도 못 하고 있는 셈이다.

인류 역사에서 산업혁명은 항상 새로운 에너지의 발견과 확산이 함께 시작돼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제4차 산업혁명도 필연적으로 전력 에너지산업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사고의 혁신을 가져야 하며 선도적(First mover) 전략이 필요하다. 남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는 추격자 전략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

이 혁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에 매진해 빨리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 한전의 빛가람 에너지밸리 같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제안되고 기술이 산업 변화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한전은 우리나라 학계와 산업계의 기술을 한 곳에 모으고 시너지를 만들기 위해 최근 개방형 기술 혁신을 가치로 내걸고 사외에 공개 연구하는 ‘Open R&D’를 시작했다. 한전 전력연구원 발전시스템 통합 지원센터는 필리핀 일리한 발전소의 온도, 진동, 압력 등 각종 상태를 현장에 설치된 사물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송받는다. 그리고 이를 분석해 발전소가 최대 성능을 낼 수 있는 상태를 추론하고 그 결과를 필리핀 현지에 보내 운전 할 수 있게 한다.

앞으로 거리에 설치된 전력설비에도 고장을 예지할 수 있는 각종 사물인터넷 센서들이 부착되고 사물인터넷 통신망을 통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아 인공지능으로 상태를 분석하고 고장나기 전에 미리 설비를 교체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 때 설치되는 거리의 센서들에 교통량 감지나 방범카메라 기능, 치매노인이나 미아 위치 인식 기능 등 공익을 위해 사용할 수도 있다.

미래에는 야외지역에서 생산되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기의 발전량을 기상변화에 따라 미리 예측해 도심지의 전력 사용부하에 맞추어 배전선로나 송전선로의 전력선도 자동차 도로의 가변차선처럼 실시간으로 가변운전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석탄, 우라늄, 원유, 가스 등 원료를 수입해 생산하는 대형 발전소의 신규건설을 줄이고 국가 에너지 수입을 줄일 수 있어 외화낭비를 줄이고 신재생발전, 사물인터넷 센서, 인공지능, IT 등에 많은 일자리를 늘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전력 에너지 기술 혁신을 통해 성취할 수 있으며 우리에게 많은 일자리와 비용절감을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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