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엽의 역학이야기] 역리학당 오원재 원장

돌아가셨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돌아간다. 죽음을 일컫는 말들이다. 왜 죽었다고 하지 않고 돌아가셨다고 하는 걸까, 어디서 무엇이 왔고 무엇이 어디로 가는 걸까? 하늘에서 왔던 혼(魂)은 하늘로 돌아가고 땅에서 받은 백(魄)은 땅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죽었다고 하지 않고 '돌아가셨다'고 한다.

효도(孝)를 가장 큰 덕목으로 여겼던 우리 조상들은 매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유골은 반드시 명당을 찾아 모셨다. 조상의 혼백을 편안이 모시기 위해서다. 명당을 구하는 건 후손의 당연한 도리로 여겼다. 삶과 죽음을 둘로 여기지 않는 효(孝) 사상에서 비롯된 장례문화다. 그러나 "화장(火葬)은 무해무득하다. 명당이 아니면 매장보다 화장이 낳다."라는 등의 학술적 근거 없는 주장과 묏자리부족, 비용절감, 편리한 관리 등이 장점으로 부각되면서 화장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일부 지도층의 화장도 한몫하고 있다.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개념이 확산되다 보니 봉안묘는 물론 수목장 잔디장도 늘어나는 추세다.

화장은 정말 무해무득한 장례일까, 순천사상은 물론 효(孝) 사상 등을 뿌리 채 뽑아버리는 패륜은 아닐까? 부관참시(剖棺斬屍)를 큰 형벌로 여겼던 사실과 7백이 돌아가지 못하고 허공을 떠돈다는 사실 등을 고려하면 조상의 유골을 불에 태우는 화장은 부관참시 보다 더 가혹한 장례라고 할 수 있다. 어찌 유골을 불에 태우는 화장이 부관참시보다 가혹하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

화장은 가혹한 형벌

3혼은 하늘에서 받고, 7백은 땅에서 받는다. 인간의 육체는 3혼과 7백이 머무는 집이다. 혼은 기운에 따라 변하고 상상력을 주관하며, 백은 형체에 머물고 기억력을 주관한다. "돌아가셨다."는 말은 3혼은 하늘, 7백은 땅으로 돌아가는데서 비롯됐다.

"하늘에서 받은 혼은 기(氣)에 붙어 있고, 땅에서 받은 백은 육체[形]에 붙어있다. 혼은 기를 따라서 변하고, 백은 유골[形]을 따라서 머문다. 유골이 존재하면 백도 존재하고 유골이 없어지면 백(魄) 또한 흩어진다. 육체가 왕성하면 혼백도 왕성해져 상상력과 기억력 모두 좋아진다."

3혼은 죽음과 동시에 하늘로 돌아간다. 그래서 화장을 해도 별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7백은 그렇지 않다. 의지했던 육신을 잃어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아다닌다. 붙어 있던 유골을 잃었는데 어떻게 흙으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그뿐 아니다 유전인자가 파괴되어 조상의 기운과는 영원히 단절되고, 유골함에 담아 모셔놓는 유골은 15~20년을 넘기지 못하고 모두 벌레가 되어 밖으로 기어 나온다.

화장은 "명심견성(明心見性)을 종지"로 삼는 불교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불법(佛法) 수행을 통해 성불한 수행자들께는 합리적인 장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에 존재하는 본성을 기르며 효도[孝]를 가장 큰 덕목으로 여겨온 일반인들께는 천륜과 인륜을 모두 저버리는 유해무익한 장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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