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선배·아동 구호단체로 접근
연락처 요구하고 종교활동 강요
물리적 행위 없으면 처벌 어려워
“경찰·지자체서 계도 앞장서야”

신입생-포교활동.jpg
▲ 충청투데이 DB
#1.최근 대전의 한 대학에 합격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박모(20) 씨는 함께 갈 친구를 기다리던 중 수상한 여성을 만났다. 자신을 ‘대학 선배’로 소개한 이 여성은 “학과에 잘 아는 후배가 있으니 적응하기 쉽도록 도와주겠다”며 연락처를 요구해왔다. 미심쩍은 기분에 박 씨는 이를 거절한 채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고, “최근 신입생을 대상으로 특정 종교단체의 포교 활동이 활발하니 주의 바란다”는 학교 측의 당부사항을 뒤늦게 안내받을 수 있었다.

#2.개강을 앞둔 서모(21·여) 씨는 최근 학교 정문에서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응원의 편지를 보내달라”며 학생들에게 선의의 부탁을 하는 ‘아동 구호단체’를 자주 목격했다. 하지만 며칠 뒤 학교 게시판과 SNS에는 ‘구호단체의 부탁으로 편지와 함께 연락처를 남겼더니 이상한 종교단체로부터 연락이 끊이지 않는다’는 한 신입생의 제보가 올라왔다. 알고보니 이들은 “아이들의 답장을 전달해주겠다”는 방법으로 학생들의 전화번호를 요구한 뒤 포교활동을 펼치는 종교 단체였다.

대학 입학과 개강이 다가오면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특정 종교단체의 포교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주로 2인 1조로 움직이며 “인상 좋으신데 혹시 종교 있으신가요”라고 접근하는 이들은 지나칠 정도로 학생들에게 따라붙어 연락처를 요구하고 종교 활동을 강요하고 있다.

아직 청소년 티를 벗지 못한 신입생의 경우 “학교 생활을 도와주겠다”는 이들의 현혹에 쉽게 넘어갈 우려가 있지만, 마땅한 제재 방법은 없는 실정이다.

자유로운 종교 활동으로 여겨지는 포교는 그 과정에서 폭언이나 폭행 등 물리적인 행위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형법상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강압적인 포교 활동을 신고하려면 이를 증명할 동영상이나 녹음 증거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도를 넘어선’ 포교 활동을 신고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일각에선 특정 종교단체로 인한 폐해를 강조하며 대학이나 번화가를 중심으로 경찰과 지자체가 포교 활동 계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포교는 종교 활동으로 규정돼 사실상 처벌이 어려울뿐더러 포교로 인한 물리적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없어 적극 대응이 어렵다”면서 “연락처를 먼저 묻거나 종교를 이유로 사적인 만남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스스로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