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본사 편집국장
[나인문의 窓]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상실(喪失)의 시대를 걷고 있다. 인격도 사라지고, 품격도 없고, 양심도 남아있지 않다. 제 정신으로 살아가기조차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탄핵시계가 째깍째깍 돌아갈수록 헌법재판소를 대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리인단도 제 정신이 아닌듯하다. 헌재에 대한 도발과 막말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에 대한 대리인단의 막말과 일탈은 탄핵시계를 늦추기는커녕 외려 앞당기는 모양새다. 오죽하면 대한변호사협회가 대통령 대리인단의 잇단 '막말'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고 나섰겠는가.

제 49대 대한변호사협회장에 당선된 김현 변호사는 23일 대리인단의 막말에 대해 "재판부에 함부로 하는 것은 우리(법조인) 스스로를 모욕하는 일로 법조인의 품위를 다 같이 떨어뜨린다"고 경고했다. 김 당선자는 또 변협 회장 출신인 김평우 변호사가 대통령 대리인단에 합류한 것과 관련해 "전임 변협회장이지만 대리인은 개인 자격”이라며 "그분의 언동이 변협과 관련 있다는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국민께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김평우 변호사가 변론시간을 달라며 "제가 당뇨가 있고 어지럼증이 있어 음식을 먹어야겠는데 그럴 시간을 줄 수 있는지"라고 했다가 제지당하자 "12시에 변론을 꼭 끝내야 한다는 법칙이 있나. 왜 함부로 진행하느냐"며 고성을 지르는 등 어처구니없는 행위를 한데 대한 일갈이다. 시정잡배를 변호하는 사람도 그렇게 변호하지는 않는다는 일갈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성한 심판정에서 변호사로서 할 수 있는 행위로 보기에는 너무도 천박하고 구역질나는 행위를 더 이상 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원성도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 자기만의 환상에 빠져 있는 대통령을 보면서 국민들의 분노심은 주체할 수 없는 지경이다. 거기에 대리인들까지 나서 법치를 부정하고 있으니, 두어라 못된 버릇을 초장에 고치지 못한 국민들의 억장만 무너져 내릴 뿐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통해 본 지난 4년간 청와대의 작태는 한마디로 '한심' 그 자체였다. 21세기 대한민국 최고 권력의 중심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믿기지 않는 비정상 행태의 총합이기도 하다. 온갖 악행을 저질러놓고도 오리발 내밀기, 말 바꾸기, 묵비권 행사, 동문서답을 하는 그들은 보면서 분노심을 조절할 수 있는 국민들이 몇이나 될지 걱정이다.

문제는 탄핵 심판 결과에 대한 승복이다. 탄핵 인용을 원하는 쪽이든, 기각을 원하는 쪽이든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 않으면 이 나라의 법치를 바로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탄핵 심판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경우 사회는 더욱 더 혼란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수밖에 없고, 온 나라에 갈등과 증오만 넘쳐날 것은 자명하다. 지금도 “이게 나라냐?”는 비탄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데, 또 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면, 좀처럼 헤어 나올 수 없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높다.

이제 남은 건 헌재의 헌법적 판단뿐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헌재를 압박해서도 안 되며, 헌재도 오직 법 정신에 따라 탄핵 인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것만이 국민들이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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