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지 100일이 지났다. 후진적인 방역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 기간이었다. 초동방역 실패로 전국 7개 시 도 23개 시·군에서 AI가 발생했다. 가금류 3000만 마리 이상을 살처분하는 최악의 피해를 기록했다. 2월 들어서는 구제역까지 발생해 축산 농가를 초토화시킬 태세다.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만에 다시 재발한 것이다.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던 방역 당국의 발표는 공수표에 그쳤다.

사태를 악화시킨 근본 원인은 컨트롤 타워의 운영 부실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안이한 인식이 초동방역 실패를 키웠다. AI 관련 관계장관회의가 열린 것은 최초 신고(지난해 11월 16일) 이후 26일(같은해 12월 12일)만이었다. 일본의 경우 아베 신조 총리가 AI 발생 2시간 만에 위기관리센터를 설치하고 진두지휘를 한 것과는 대비된다. 아무리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이 어수선하다지만 위기관리 수준이 이토록 허술해서야 되겠나.

여기에다 A형과 O형 구제역까지 동시에 덮쳤다. 방역당국은 2010년 구제역 파동 이후 소·돼지 등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는 점을 들어 자신감을 보였으나 그것도 허언에 그쳤다. 소의 항체 형성률 97.5%라는 통계수치 그 자체가 엉터리 표본 조사치를 기준으로 한 것이었다. 실제로 알고 보니 항체 형성률은 20%~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눈감고 아웅 하는 식이다.

축산 농가의 백신 기피 풍조를 들어 그 책임을 농가에 돌렸지만 그 여파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첫째가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문제다. 농가에서는 구제역 백신 접종을 하면 유산 또는 젖소의 착유량 감소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주기적인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백신 부작용에 대해선 정부보상을 해준다는 이유로 이를 묵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물백신 등 백신 효능에 대한 불신도 여전하다.

후진국형 가축질병이 빈발하는 추세가 예사롭지 않다.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 규모가 실로 엄청나다. 거의 연례행사처럼 창궐하는 가축 전염병에 대해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한 채 속절없이 당할 수는 없다. 더 이상 부끄럽게 만들지 말라. 방역당국-농가 모두 방역 매뉴얼을 재점검, 한 치도 어김없이 완벽한 차단 방역 및 백신 접종을 이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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