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피해규모만 1조원대

사상 최악의 피해를 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서로 다른 유형의 A형과 O형 구제역까지 처음으로 동시 발생하면서 한국이 후진국형 가축전염병의 온상이 되고 있다.

처음에는 생소하던 AI와 구제역이 어느덧 연례행사처럼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당국의 안이한 대응과 농가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겹치면서 피해는 해가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하던 시기에 터진 AI는 당국이 발생 초기에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피해가 커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AI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터진 구제역은 당국의 방역 체계가 얼마나 허술한 것이었나를 여실히 보여주면서 근본적 시스템 정비의 필요성을 일깨워줬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16일 전남 해남 농가에서 최초 의심 신고가 접수된 이후 지난 20일 현재까지 AI로 도살 처분된 가금류 수는 3314만 마리에 달한다. 국내 전체 사육 가금류 1억6525만 마리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알 낳는 닭인 산란계의 피해규모가 컸다. 도살 처분된 전체 가금류의 71.3%에 해당하는 2362만 마리가 산란계였다. 육계와 토종닭은 275만 마리가 살처분됐고, 오리는 247만 마리, 메추리 등은 430만 마리가 AI로 희생됐다.

올겨울 우리나라를 휩쓴 H5N6형 바이러스는 과거 유행한 그 어떤 AI 바이러스보다 전염성이 강하고, 확산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었다.

발생 50일 만에 전국 10개 시·도의 37개 시·군으로 확산했고, 3000마리 넘게 살처분되면서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규모만 1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AI 살처분 마릿수가 전체 사육 마릿수의 20%를 차지할 경우 초래되는 직·간접적 손실이 9846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정부가 지금까지 추산한 살처분 보상금 소요액만 2600억을 웃돈다. 여기에 농가 생계안정자금과 소득안정자금 등 직접적 비용과 육류·육가공업, 요식업 등 연관 산업에 미치는 간접적 기회손실 비용까지 모두 합치면 피해규모가 1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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