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리학당 오원재 원장
[이상엽의 역학이야기]

저 집은 명당이다. 저 집에 살던 사람은 돈 많이 벌었다. 빌딩도 샀고 아들도 고시에 합격했다. 이 동네에서 제일 좋은 집터로 소문난 집이다. 그런데 이쪽에 있는 저 집은 흉가다. 저 집에서 사는 사람은 집 짓고 얼마 되지 않아 부도났다. 아들도 교통사고로 반신불수 됐다. 집터 때문에 생겼다고 하는 이런 저런 소문, 집터 탓이든 아니든 주변에서 흔히 보고 듣는 얘기다.

단독 주택 위주인 시대도 아니고, 주거문화가 다세대 고층 아파트 위주로 바뀐 도시에 무슨 명당이 있느냐고 하며 명당 설을 부정하는 이들도 많다. 인간의 길흉화복이 집터의 길흉에 따라 뒤바뀔 수 있다고 하는 풍수이론에 대한 불신 역시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상당수 현대인들은 풍수이론을 배제하고 전망, 접근성, 상권 등의 편의만 고려해 집을 짓는다. 높은 빌딩 숲 속에 답답하게 갇혀 있는 아주 작은 집들로부터 큰 저수지 옆이나 비탈진 능선 위에 지어진 주택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이유다. 풍수학에서 거주하는 사람이 해를 입을 수 있다는 나쁜 집터에 지은 집들이 늘어나는 셈이다.

말도 많고 주장도 제각각인 집터 명당은 도시에도 있는 걸까? 햇빛, 물, 바람, 자기장 등이 인간의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부정되지 않는 한, 도시에도 좋은 집터와 나쁜 집터는 분명히 존재한다. 도시에 사는 사람 또한 자연의 영향을 받고 사는 건 마찬가지다.

시골에서는 산의 높이와 위치 및 물길 등에 따라 햇빛, 풍속, 습도, 기압의 고·저 등이 결정되고, 도시 역시 산세와 수세가 좌우하지만, 건물의 높낮이와 도로의 고저 굴곡 등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동쪽과 남쪽에 높은 건물이 있고, 서쪽과 북쪽이 확 트인 곳에는 햇빛이 들지 않아 습기와 냉기가 많고 바람도 세차 흉한 집터가 되고, 이와 반대인 곳에는 중화된 생기가 모여 좋은 집터가 된다.

지형지세가 중화를 이루어 햇빛이 잘 들고 바람과 습도가 적절한 곳에는 모든 동식물이 안정된 삶을 살지만, 산세와 수세의 기운이 충돌되는 곳에는 잡초도 잘 살지 못한다.

좋은 집터란 땅 속에서는 동식물을 살리는 생기(生氣)가 나오고 하늘에서는 생기가 내려오는 곳이며, 나쁜 집터란 땅 속에서는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를 죽이는 살기[死氣]가 올라오고 지상에서도 모여드는 곳이다.

<택경>에서 "땅이 좋으면 싹이 무성하고 집터가 좋으면 사람이 영화롭다"고 했다. 좋은 터에 집을 짓는 건 기름진 땅에 식물을 심는 것과 같고, 나쁜 터에 집을 짓는 건 메마른 땅에 식물을 심는 것과 같다. 장자(莊子)께서 "천지는 비록 크지만 그 변화는 고르고 만물이 비록 많으나 그 다스림은 하나"라고 했다. 이것이 변화의 이치인데 도시라고 해서 어찌 좋고 나쁜 집터가 없겠는가.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어느 곳이든 좋고 나쁜 집터는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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