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록 충북지방병무청장
[시선]

지구상 230여 국가의 병역제도를 살펴보면 대부분 징병제 또는 모병제를 택하고 있으나 일부 괌, 파나마 등 30여 국가는 군 조직과 유사한 경비대, 기동대, 경찰 또는 타국에 국방을 위임하고 있다. 군 조직이 없는 나라는 대부분 '지정학적인 이유, 군 조직 해체, 정치적 이유, 독립 이후 자주국방 능력이 없어 주변 강대국의 보호로 군 조직이 필요 없는 경우' 등이다.

우리의 병역제도인 징병제는 '국민으로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면 일정기간 군에 복무하는 국민개병제'로 병력모집과 가용비용이 적고 일정하게 병력규모를 유지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으로는 인재활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부담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이며 군 입대에 대한 개인의 결정권이 제한돼 기피현상과 병역비리가 존재하고 전문성과 복무의지가 낮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모병제는 '강제 징병하지 않고 본인의 원에 의해 직업군인을 모병해 군대를 유지하는 제도'로 군의 인재활용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 없고 군 부적응자가 줄어 탈영 및 군 내부 사고율이 낮으며 최소 2년 이상 복무를 하므로 전문성이 강화되는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으로는 소수의 국가에 대한 사명감으로 입대하는 사람을 제외하면 생계수단 등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세계의 병역제도를 살펴보면 대한민국을 포함한 70여 국가가 징병제를 택하고 있으며 110여 국가가 징병제 폐지 또는 모병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상 징병제이나 실제로 모병제를 운영하거나 징병제와 모병제를 혼용해 운영하고 있는 나라도 적지 않고, 또한, 최근 각국의 모병제 도입 추세로 볼 때 향후 모병제를 시행하는 국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타이완은 2013년 모병제 전환을 발표했으나 모집 정원에 미달해 연기했다가 다시 2018년부터 모병제 전환을 앞두고 있으며 스위스, 터키, 러시아 등의 국가가 수년 내에 모병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우리도 최근 모병제 도입이 자주 거론되고 있으나, 이는 우리의 국가적 안보 상황과 각 제도의 장·단점에 따라 찬반 논쟁이나 국가 정책적 논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모병제 도입 찬반 논쟁에 따라 지난해 9월 여론조사 기관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징병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이나 모병제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이 과거보다 많이 증가해 국민의식과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징병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의 대부분은 '국가 안보와 공평한 병역의무'를 이유로 들었으며,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의 대부분은 '원에 의한 입영, 일자리 창출 및 군의 전문화'를 이유로 들었다. 또한, A 사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중 72%가 군 복무의 경험이 사회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한 반면, 20%는 도움이 되지 않는 다고 답해 성별 및 연령대 등 개인에 따라 다른 의견 차이를 보였다.

'징병제를 유지해야 한다거나 모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각계각층의 논쟁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사실은 우리 젊은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담보로 하는 국방의무를 정략적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한 합리적이고 발전된 병역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경제적·정치적으로 어려운 시기이나, 우리 모두의 바람은 병역의무가 사회와 경력 단절의 걸림돌이 아닌 누구나 공감하고 병역이행이 자랑스러운 미래의 병역제도로 발전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