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영 청주교육대학교 총장
[목요세평]

제4차 산업혁명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그 어느 시대보다 빠르고, 넓고, 근본적인 변화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공교육의 역할에 대한 모색이 가능할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정보화 혁명이 지능화 단계로 발전해 이룬 지능정보사회를 의미한다. 이를 정보화와 지능화의 관점으로 나누어 생각해보자.

우선 정보화 시대는 물적 자원을 토대로 부를 창출하던 1차, 2차 산업혁명 시대와 달리 디지털 영토에서 부를 창출한다. 농업이나 제조업은 물질을 활용해 물건이나 제품을 생산한다. 이 자원은 소모적이고, 이전(transfer)할 수 없다. 반면에 인터넷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디지털 영토는 비물질적 자원이다. 소모되지 않고 무한하게 이전할 수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기업 알리바바(Alibaba)의 마윈(馬雲) 회장은 데이터를 '21세기의 원유'라고 봤다.

예를 들어보자. 땅에서 얻은 쌀은 먹을 때마다 곳간이 비게 되고, 자동차를 생산하려면 철강과 고무가 소모된다. 쌀이나 자동차는 내가 소유하면서 남에게 줄 수 없다. 반면에 음원이나 동영상은 원본으로 무한한 재생산이 가능하다. 복사본을 남에게 넘겨줘도 내가 가지고 있는 원본은 그대로 있다. 이처럼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영토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물적 자원이 부족하지만 인적자원이 풍부한 우리나라는 디지털 영토를 무한히 활용할 수 있고 확대할 수 있다. 그것은 언제 어느 때 누가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 항상 열려 있는 공간이다.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지닌 인재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능화도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다. 사물인터넷(AoT), 인공지능, 로봇 등이 융합돼 지능화 단계로 발전하는 것이다.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기계들이 인간의 기능을 대체하기도 한다. 센서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물리적 공간과 사이버 공간을 통합·연계해 지능형 사이버 물리 시스템(CPS)을 구축해 새로운 삶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인간이 기계를 만들고 조종하며 활용하던 시대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고도의 전문성을 지닌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인공지능 왓슨이 의사를 대신하고, 인공지능 알파고가 세계 최고의 바둑 고수들을 모두 이기는 현상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지능정보화 사회에서 우리나라는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풍부한 인적 자원을 기반으로 상상력과 창의력을 활용해 디지털 공간(데이터 영토)에서 무한한 부를 창출할 수 있다. 물적 자원에 기반한 제조업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뤘던 우리나라가 풍부한 인적자원과 디지털 자본으로 제2의 한강 기적을 이룰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흐름에 대비하고 적응하지 못하면 낙오자로 전락할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는 데이터의 영토에서 정보를 캐내어 분류하고 분석하고 해석해 지식을 구성하고, 삶 속에서 경험을 통해 지혜를 터득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지능화된 기계를 만들고 통제할 수 있는 인적자원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역량과 인간만이 지닌 잠재성을 발굴하고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이 바로 공교육이 수행해야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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