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속 사연]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농락. 남을 교묘한 꾀로 휘잡아서 제 마음대로 놀리거나 이용하는 것을 뜻한다. "하여간 주의하란 말이야. 감옥까지 가게 한 것은 그놈의 농락이니", "배울 대로 배운 대학교수인 내가 저잣거리 장사치에게 농락을 당했다고 생각하니 분통 터져 죽겠어!" 농락은 한자어로 '籠絡'이다. '籠'은 대바구니, '絡'은 '굴레에 잡아매는 줄, 코뚜레'를 말한다. 대바구니와 코뚜레가 어찌해서 남을 마음대로 농락하는 뜻이 되었는가.

농락을 부수로 나눠 보면 '籠'은 대나무 '竹'과 상상의 동물 '龍'이 합친 글자로 '물건을 담아 놓거나 동물을 잡아 가두는 도구'다. ‘絡’은 실 사( )와 서로 각(各)이 합친 글자로 '실로 제각각 흩어져 있는 물건을 얽어 휘감은 놓은 상태'를 말한다. 그러니까 대바구니에 들어간 동물이나 물건은 대바구니를 든 사람의 손놀림에 이리저리, 위로 아래로 마구 휘말릴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좌충우돌이고 우왕좌왕이다. 이것이 '농락'의 원래 의미다. 이런 의미가 남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마음대로 주무르고 조정하는 뜻으로 확산됐다. 좀 더 확산돼 타인의 정신과 육체에 대한 구속과 제한의 의미도 담고 있다.

농락. 참으로 요즘 많이 회자되는 단어다. 나라도, 국민도 하찮은 아줌마와 그 일당들의 교묘한 꾀에 속고 놀림을 당했다. 더 큰 불행은 그 뒤에 최고 권력자가 있다는 점이다. 국민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나라가 수치스러운 일이다.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작은 반도에서 벼랑 끝까지 가며 버텨온 불굴의 대한민국이 어째 이 지경이 됐는가. 주변에는 수많은 견제와 감시의 눈과 귀가 있었을 텐데, 이들의 농락을 막을 수 없었단 말인가. 결국 믿고 나라를 맡겼던 인간들이 모두 농락의 한 통속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철면피였다. 끝까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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