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상 최악의 피해를 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채 끝나기도 전에 올겨울 들어 첫 구제역이 발생했다. 충북 보은군 한 농장에서 사육하던 젖소의 입술과 유두에 생긴 수포를 정밀 검사한 결과 구제역으로 확진 판정된 것이다. 해당 농장은 195마리를 전부 살처분했다. 전북 정읍에서도 어제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해 3월 29일 충남 홍성군에서 마지막으로 발생한 이후 11개월여 만에 처음이며 충북에서는 2015년 3월 이후 첫 발병이다.

구제역은 발굽이 2개인 소·돼지·염소 등 동물의 입과 발굽 주변에 물집이 생기는 급성 전염병으로 치사율이 5~55%로 비교적 높다. 호흡기로 감염되기 때문에 전염성도 매우 강하다. 당국은 지난해 10월부터 특별방역대책기간을 운영 중이고 백신항체 형성률(소 97.5%·돼지 75.7%)이 높게 유지되고 있는 만큼, 전국 확산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젖소농장의 항체 형성률은 고작 19%에 그쳤다.

구제역은 2014년 이후 해마다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역대 최대 피해가 발생한 지난 2010년 1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3748건이 발생해 348만 마리의 돼지와 소 등이 살처분 됐다. 보상금만 무려 2조7000억원이 들었다. 더구나 백신접종 항체 형성률이 50% 이하로 떨어지면서 '물백신' 논란까지 빚었다.

구제역이 채 1년도 안 돼 또다시 발병한 것은 단순히 볼 사안이 아니다. 2010년 이후 구제역으로 인한 재정소요액은 2조7714억원에 달하며, AI로 인한 피해액은 2014년 이후 2385억원에 이른다. 올해 AI대란으로 인해 3270만마리가 살처분 되며 가금류 농가가 초토화되다시피 한 상황이다. 각 지자체가 부담하는 살처분 매몰 비용도 상당하다. 구체적 재정 손실 외에 이동제한에 따른 지역경기 침체, 소비자들의 축산물 불신 등 2차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

가축 전염병은 한번 발병하면 나라 전체가 몸살을 앓는다. 특히 구제역은 낮은 온도에서 활성화되기 때문에 동절기에 유비무환 태세를 더욱 견지해야한다. 축산농가의 방역 의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철저한 소독과 차단방역, 신속한 신고만이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방역당국도 농가 자율에 맡겨놓지 말고 집중감시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앞으로 1주일이 구제역 방역의 골든타임이다. 연례행사가 되다시피 한 구제역과 AI를 언제까지 사후약방문식으로 대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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