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사설] 반기문의 대선 중도 포기에서 읽을 수 있는 것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은 어제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고 밝혔다. 그런 결정의 배경으로는 "일부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지극히 실망했다"는 데서 찾았다. 반 전 총장이 지난 달 12일 귀국 후 20일만이다. 한 때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회자되던 충청출신 인사가 중도하차해 만감이 교차한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는 설 이후 예견되는 수순으로 접어드는 듯 했다. 자신의 지지율이 끝내 한 자리 숫자로까지 추락 위기에 직면하면서부터다. 반 전 총장은 그제 대선전 개헌 논의를 위한 협의체 구성 카드를 제안했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신통찮은 반응을 보였다. 회생할만한 묘수가 없다는 판단이 나오자 대권 도전의 꿈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지지가 반등하지 않는 데 대한 답답함과 더불어 정치권과 언론 등에 대한 불만도 감추지 않았다. 반 전 총장은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정치교체의 명분이 실종되고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됐다"고 토로했다.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가 보다. 김종필 전 총리는 ‘정치는 허업(虛業)’이라면서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사무사(思無邪)를 강조한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정치 무상을 피력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명망가라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생태환경이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당초 자신의 정치적 의지처가 사라진데다 이를 역전의 기회로 삼지 못한 정치적 상상력 및 이슈 비전 창출의 능력 부족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도 못했다. 개헌을 고리로 한 빅텐트론이 먹히지 않은 결정적 요인이다. 모호한 정치적 입장이 오히려 혼선을 자초한 것이다. 범여권은 물론 야권에도 정권교체, 시대교체, 세대교체 등 대선구도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충청대망론'의 한 축에 서 있던 반 전 총장의 중도하차를 보는 충청지역민의 심정은 착잡하다. 현실 정치의 벽은 그만큼 높다. 비록 반 전 총장이 대권의 꿈을 접었지만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의 경험과 경륜을 살려 '세계 대통령'으로서 인류에 헌신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것으로 기대한다. 반 전 총장의 사퇴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것이 한 둘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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