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노 前대통령 돕다 정치 입문
윤리특별위 관련 조례 개정 등 성과
지방분권형 개헌 관철시키려 매진
다양한 계층 만나는건 ‘건강한 행보’

▲ 전종한 천안시의장은 “천안시의회는 뜻을 함께하는 지방의회와 연대해 지방분권형 개헌이 관철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범 기자
전종한(52) 천안시의장은 꽤 명성 있는 시골 수의사였다. 병천면에서 잘나가는 또 벌이도 괜찮은 수의사로 통했다. 그런 그가 안정적이라 할수 있는 직업을 뒤로하고 40대 초반 무렵 천안시의원(5대)에 도전해 예상을 깨고 최다득표로 당선됐다. 초선 정치인 전종한은 합리적이고 공부하는 시의원으로 주목받았고 이어 6·7대 연거푸 시의회에 입성했다. 지난해 7월에는 7대 후반기 시의장에 당선돼 이제는 지역을 이끌 차세대 유망 정치인으로 부상하고있다. 전 의장은 국민적 요구로 떠오른 개헌에 '지방분권형'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제시했다. 충청투데이는 20일 시의장 집무실에서 전 의장을 만나 정치인 전종한의 어제, 오늘 그리고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의장으로서 6개월은 어떤 시간이었나.

"의장으로 당선이후 쉼 없이 달려왔다. 어느 때 보다도 의회를 둘러싼 환경이 녹녹하지 않은 터라 기대와 걱정이 큰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료의원들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자는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고 협조를 많이 해줘서 짧은 기간임에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걱정하던 '윤리특별위원회 관련 조례 및 규칙안과 의정비 및 여비 지급에 관한 조례안'을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 개정한 것은 큰 성과라 생각한다. 동서횡단철도 건설을 위해 노선이 지나가는 12개 시군의회와 공동협약을 체결하고 공동건의문을 채택하는 성과도 있었다. 앞으로 천안시의회는 시민을 대신해 일하는 시민의 대의기관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바탕으로 시대의 변화를 선도할 것이다."

-올해 의회가 계획 중인 주요 사업은 무엇인가.


"시민의 알권리 증진과 시민과의 소통을 위해 의회회의록 공개시간단축, 의회생중계 시스템을 도입했다. 회의록 공개시간 단축은 이미 실시 중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나아가 생방송시스템과 관련해서도 예산이 확보돼 조속히 추진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본회의 및 상임위원회 회의를 영상으로 신속하게 생중계함으로서 의정활동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보다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입법지원 조직을 강화하는 일이다. 3월 조직개편에 발맞추어 빠르게 준비 중이다. 양적으로 증가하는 의원입법 및 의회의 조사연구 기능을 원만하게 지원하는 인력과 조직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지만 지방자치 22년 동안 의회 조직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왔다. 아울러 의회의 조직개편은 시민과의 소통이란 측면에서 홍보기능도 강화되는 조직과 인력의 배치가 될 것이다. 천안시의회는 '시민의 눈과 귀가되는 살아있는(LIVE) 천안시의회'라는 슬로건 아래 선도적인(Leading) 의회, 혁신적인(Innovative) 의회, 가치있는(Valuable) 의정성과, 윤리적인(Ethical) 의정생활을 실천하는데 앞장서겠다."

-개헌특위에 지방분권형 개헌을 촉구하고 나섰는데.

"2017년은 '지방분권형 헌법'의 원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대통령을 정점으로 국무총리와 내각 그 밖에 비서실, 대통령 직속기구 및 자문기구 등이 수직적인 위계에 따라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 구조의 헌법이다. 이런 중앙집권적 구조 하에서는 21세기 시대 요구와 환경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또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운영 근거만을 명시했을 뿐 범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밖에 없어 많은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하기는 매우 어렵다. 지난 연말 구성된 국회 개헌특별위원회는 개헌을 논의함에 있어 분권형 대통령제,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권력구조 개편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지방자치 강화를 위한 지방분권형 개헌도 함께 논의 돼야 한다. 앞으로 천안시의회는 뜻을 함께하는 지방의회와 연대해 지방분권형 개헌이 관철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요즘 다양한 계층을 만나는 것을 두고 '광폭행보', '수상한 행보'라고 하던데.

"수상한 행보가 아니고 건강한 행보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에게 공부하는 이유를 의심하거나 수상하게 보는 시각이 맞는지 모르겠다. 의장은 시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를 대표하고, 의회의 사무를 감독하는 위치에 있다. 따라서 의장은 기관의 대표로서 천안시에서 개최되는 각종 행사에 참석하고 격려해야 할 임무가 있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비롯한 다양한 계층의 시민을 만나 의견을 듣고 소통해야 한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의회의 미래적 조직개편 계획, 생방송시스템 도입, 회의록 공개기간단축, 의회의 윤리강화를 위한 각종 제도 마련 등 다양한 긍정적 변화들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의장직을 원만하게 수행하기는 많은 시간과 열정이 필요하며 쉽지 않은 일이다. 오히려 그러한 역할이 부족할 때 이를 요구하는 주장을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의장의 일상적인 정상적 업무 수행을 '수상한 행보'라 표현하는 것은 악의적인 주장이거나 아니면 지방의회의 의장 직무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솔직히 역대 의장들의 업적을 이어받아 더욱 잘하려는 노력에 대해 오히려 박수치고 격려해야 맞는 것 아닌가 싶다."

-3선 의원에 시의장까지 올랐다. 시의장 다음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다. 시장 또는 국회의원 어느 쪽에 무게를 두고 있나.

"의장에 당선되고 보니 의장의 업무 강도가 상당하다. 지금은 의장직을 잘 수행하기도 바쁘다. 그리고 무엇을 꼭 해야겠다고 정하고 살아본 경험도 별로 없다. 그리고 정치는 기본적으로 스스로 자임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상황적 요구다. 내가 정한다고 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현재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그것이 나중에라도 가장 큰 자산이 되지 않겠나?"

-조기대선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로 압축되고 있다. 누구를 지지하나.

"당내 좋은 후보들이 많이 계시기도 하고 소속된 정당이 있는 상황에서 당 밖의 후보를 지지하기는 어렵다. 이번 대선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중요한 대선인 만큼 그 결과에 대해 무한 책임도 따를 것이다. 우리당 후보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최종 후보가 되신 분이 대선에서 꼭 승리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국가의 경영은 연습이 없다. 친하거나 가깝다는 기준도 중요하지만 확실하게 준비되고 검증된 후보에게 보다 더 후한 점수를 주게 된다. 지지 후보가 누구인지 직접 거론은 생략하겠다."

-시의원이 된지 11년이다. 정치를 시작한 이래 의원으로서 보람 있었던 일들을 소개해 달라.

"시민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점은 선출직 공직자로선 큰 보람이다. 보람 있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몇 가지만 예를 들면 지하수를 이용하는 도시서민아파트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지하수의 수질악화에도 불구하고 오염된 지하수를 그냥 음용해야하는 안타까운 현실에도 아무도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의 조례를 개정해 급수 공사 시 원인자부담금을 한시적으로 감면해 안전한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또한 공영정신에 입각해 취수장 상류 주민들에게 시가 지원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 지역시민사회와 협치를 통해 전국적으로 우수한 주민참여 예산제도를 도입한 일 등이 기억에 남는다. 시민의 불편, 어려움 그리고 성난 마음을 치유하고 기뻐하는 시민의 모습을 보면 시의원으로서 보람을 느낀다. 갈수록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더욱 많아진다는 생각이 든다. 일을 할수록 경험이 쌓이고 일의 능률도 오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아이디어가 생기고 일 욕심이 더 난다."

-정치를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故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과거 5공 청문회에서나 지역주의 청산을 위한 활동으로 인해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매우 인상적인 정치인이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소시민적으로 돕고자 희망돼지을 분양하며 시작했던 일들이 오늘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나는 평범한 시골 동물병원 수의사였다. 다섯 식구의 가족을 돌보는 평범한 가장에서 현실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한발 한발 참여하다보니 시의원이 되고 시의장이 됐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지금보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은 더 컸던 것 같다."

-정치인으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유혹에 흔들린 적은 없었나.


"크고 작은 유혹들이 있었다. 어떤 유혹은 유혹인지도 모르는 유혹도 있었다. 유혹을 단호하게 물리친 적도 있었고 유혹에 넘어가는 실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학습이 되고 실수의 경험들은 나를 더욱 단련시켰다. 점점 확고한 기준이 생기고 그 기준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앞으로도 새로운 유혹들이 계속 생기겠지만 전처럼 혼란스럽지는 않을 것 같다."

-시민들에게 정치인으로 바라는 것이 있나.

"경제학의 원리 중에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선택의 대가는 그것을 얻기 위해 포기한 그 무엇이다.'라는 것이 있다. 사회적으로 정치에 대한 혐오가 심하다. 그러다 보니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부족하고 남들이 우리사회를 결정하도록 방치하고 있다.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촛불집회와 국가적 혼란은 어찌 보면 우리의 무관심과 방관 그리고 혐오라는 선택의 대가일 수 있다. 싫든 좋든 결국 정치에서 희망을 찾아야한다. 정치는 우리의 삶에 중요한 부분이며 정치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현실정치가 잘못됐다고 느낄수록 더욱 우리는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담=유창림 기자·사진=이재범 기자 yoo772001@cctoday.co.kr


▲전종한 의장 주요경력

-남산초, 천성중, 북일고, 충남대학교 수의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과 석사과정수료

-천안시의회 제 5·6·7대 의원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참여정부)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

-민주당 중앙 상무위원

-개혁국민정당 천안시 운영위원회 위원장

-충남 노사모 대표(노무현 대통령 탄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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