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리학당 오원재 원장
[이상엽의 역학이야기]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사주팔자로 운세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좀 더 좋아지겠지 하는 바람과 조심해야할 일은 없는지 미리 점쳐보는 풍습이다. 풍 수해 등의 자연재해와 예측불허의 사건·사고가 빈번한 것을 고려하면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바람직한 전통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세간에 미신 또는 통계학으로 회자되는 사주팔자 미신일까, 통계학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미신도 통계학도 아닌 수천 년 전에 완성된 천문학이다. 이는 사주팔자 구성을 보면 확인된다. 그 사람의 출생 연월일시를 사주팔자라고 한다. 천체의 운동을 계산한 날짜[曆日]의 부호가 곧 사주팔자다.

여기서 사주팔자인 연월일시는 1, 2, 3 등의 일련번호로 날짜를 표기하는 양력과 음력이 아니다. 절기로 년과 월의 시종(始終)을 정하고 갑자(甲子), 을축(乙丑), 병인(丙寅) 등의 60갑자로 날짜를 표기하는 24기절력이다. 이 달력과 사주팔자 정하는 기준이 맞지 않는다는 건 사주팔자 정하는 기준의 오류를 의미한다. 따라서 사주팔자의 새해[年柱]는 24기절력 연월일이 결정되는 기준과 동일하게 동지(冬至)를 기준으로 정해야 된다.

그런데 역리학계는 약 1000여 년 동안 년(年)은 03 시점과 같은 입춘점, 일(日)은 동지점과 같은 00 시점으로 제각각 정했다. 24기절력은 물론 그 어떤 역법과도 맞지 않게 잘못 정했다. 어찌 년과 일이 제각각 시작된다는 말인가.

입춘으로 보면 막일꾼 팔자, 동지로 보면 정치인 팔자!

현 역리학계는 농사짓는 일을 위해 입춘점으로 년, 인시점으로 일을 정했던 고대 중국 하(夏)나라 시대의 새해 기준보다 더 못한 엉터리 기준으로 새해를 정하고 운세를 점치고 있다. 이는 동지와 입춘 사이에 출생한 사람의 사주팔자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서기 1925년 음력 11월 23일 출생했고, 그해 동지는 음력 11월 7일이었다. 동지(冬至)로 사주를 정하면 호랑이띠(丙寅)가 되고 정치[大人]인 팔자가 되지만, 입춘으로 사주를 정하면 소띠[乙丑]가 되고 막일꾼 팔자가 된다.

사주 새해 기준의 오류는 동지와 입춘사이 출생한 사람들의 출생 띠도 정확히 모르게 했고, 길일과 흉일은 물론 좋은 궁합과 나쁜 궁합도 가리지 못하게 했으며, 그 사람에게 좋은 집터와 묘터도 선택하지 못하게 했고, 또. 택일을 해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한 경우 자연분만보다도 더 나쁜 운명을 갖고 출생한 사람이 많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사주학 새해 기준의 오류는 시급히 광정(匡正)되어야할 중대한 사안이다. 그러나 역리학 석·박사를 배출하는 학계는 아무런 학술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공개 토론과 검증에 응하지 않는 건 학자의 양심을 버린 처사가 분명하다. 물론 새로운 진실을 인정하려면 그간의 오류를 인정해야 하는 고통이 수반되는 것도 이해한다. 그렇다고 오류를 알면서 침묵한다면 양두구육(羊頭狗肉)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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