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어제 대전 KAIST를 방문,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과학 분야를 따로 독립시키고 그 수장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2일 귀국한 이후 일주일 동안 대선출마를 위한 전국 순회 대통합행보 결과 당초 예상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반 전 총장 말 한마디에 정치권이 출렁거린다. 기성 정당과는 당분간 거리를 둘 것이라던 당초 반 전 총장이 "종국적으로는 어느 쪽이든 정당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밝힌 후 바른정당과의 통합설이 흘러 나왔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지분을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반 전 총장의 거취는 충청권 새누리당 의원들은 물론 마포 캠프 친이계 인사들의 향방과도 얽혀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온다. 개헌 등 여러 요인을 고리로 '제3세력' 중심의 '빅텐트'를 구축할 것이라던 당초 전략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지켜 볼 대목이다.

유력 정치인에게서 정치적 정체성을 싸고 불확실성 요소가 많은 것으로 비쳐진다는 건 여러모로 불리하다. 아직은 반 전 총장의 정치적 입장이나 정치세력화가 유동적인 데서 오는 한계일 수도 있다. 누가 됐건 자신의 정치철학이 내면화돼 있지 않다보면 상황에 따라 우왕좌왕하기 십상이다. 반 전 총장이 귀국 메시지로 내놓은 '국민대통합', '정치교체', '진보적 보수주의자'라는 지향점에 대한 논란이 무성하다. 지금까지 여러 정치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모호한 담론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제야말로 보다 명확한 화법으로 국민에게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을 통해 집권의 청사진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이야말로 유엔 사무총장 재임 10년의 경륜은 다른 대선 후보에 비해 차별 우위를 보일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런데도 여론조사 결과 귀국 이후 반 전 총장 지지도가 상승세를 타지 않는 것은 숙고해볼 문제다.

이제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국면이다. 각 주자들마다 자신의 정치적 소신이나 공약, 비전 등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어제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출판기념회를 갖고 대선 출마의 뜻을 밝혔다. 충청권에선 반 전 총장과 정 전 총리 이외에도 안희정 충남지사, 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 4명이 뛰고 있다. '충청대망론'이 실현될 것인지,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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