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쪽이든 정당과 함께할것”
바른정당 입당 가능성 속
신당 창당 여부도 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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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가운데)이 18일 오후 전남 여수시 교동 수산시장 화재현장을 찾아 피해 상인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 진영의 유력 대선 후보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7일 밤 설 연휴 이후 입당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반 전 총장이 어느 정당과 연대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설 연휴 이후 입당 방향에 대한 가닥이 잡힐 것”이라며 “종국적으로는 어느 쪽이든 정당과 함께 해야 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여권의 대선 주자로 분류돼 온 반 전 총장은 당초 새누리당 입당 가능성이 가장 컸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 반 전 총장 측도 새누리당 입당 가능성에 대해 “새누리당이 멀쩡했으면 들어가서 경쟁도 하고 했을 텐데 둘로 쪼개져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유력 대권주자가 존재하는 만큼 민주당 행을 택할 가능성도 당연히 없다.

결국 선택지는 새누리당 탈당파가 만든 바른정당이나 국민의당, 신당 창당 등이 남은 셈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바른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당 소속 의원 중 3분의 2가 3선 이상 중진의원들로 구성된 바른정당의 경우 반 전 총장이 입당해야지만 ‘원내 4당’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중진 의원들은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으로 오면 원내 2당 자리까지 넘볼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대부분이 반 전 총장의 입당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의 바른정당 입당 시 새누리당 충청 출신 의원들을 비롯해 친박색채가 덜한 의원들의 대거 탈당이 예상된다. 이미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옮긴 홍문표 의원(충남 예산·홍성)이 반 전 총장 모시기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새누리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충남 공주·부여·청양)를 비롯해 경대수(충북 증평·진천·음성)·박덕흠(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성일종(충남 서산·태안) 의원 등도 반 전 총장의 행보에 따라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바른정당은 국민의당(38석)을 넘어 원내 3당이 되는 것은 물론, 보수 적통을 놓고 신경전 중인 새누리당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바른정당 외에 반 전 총장이 선택할 수 있는 정당은 국민의당이지만, 손을 잡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국민의당 대권 후보인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아직 적잖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새롭게 선출된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거의 (연대의) 문을 닫았다고 해석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여기에 국민의당은 오히려 또 다른 충청권 후보인 정운찬 전 국무총리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반 전 총장이 귀국 일성으로 ‘정치교체’를 내세운 만큼 기존 정당에 입당하기보다는 신당을 창당할 수도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 전 총장이 독자적으로 정치세력화를 한 뒤 이를 토대로 기존 정당인 바른정당이나 국민의당과 연대하는 방안이다. 선 독자신당, 후 기존 정당과의 연대 순서로 세력을 점차 넓혀가는 방법도 거론된다.

서울=이병욱 기자 shod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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