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친인척 뇌물 혐의 기소’ 거론... 지도부는 공세 수위조절 모습도 감지
국민의당 박지원 “방향 분명히” 날세워... 당내 일부 호남 중진 연대 가능성 열어

보수 진영의 유력 대권 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귀국함에 따라 야권은 대대적인 검증 공세를 예고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반 전 총장이 당내 유력 주자들의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 철저한 검증을 통해 ‘반풍(潘風)’을 조기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국민의당은 견제구를 날리면서도 당내 일부 호남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반 전 총장과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만큼 속내가 다소 복잡한 모습이었다.

민주당 고용진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반 전 총장의 동생 반기상 씨와 조카 반주현 씨가 뇌물 관련 혐의로 기소된 것을 거론했다.

고 대변인은 “반 전 총장은 아는 것이 없었다고만 얘기하고 있다. 이는 지난 2달 간 국민이 헌정유린 관련자들에게 들어온 말”이라며 “반 전 사무총장은 귀국하면서 가슴이 벅차고 설렌다고 했지만 국민은 반 전 총장과 가족들의 비리 의혹에 대해 걱정이 앞선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구체적인 내용 없이 섣불리 비난 공세만 쏟아부을 경우 오히려 주목도만 높이면서 반 전 총장을 키워주는 역효과만 낼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와, 지도부는 공세에 수위조절을 하는 모습도 감지됐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반 전 총장이 대선출마 여부를 검토한다고 대변인까지 나와서 브리핑을 하던데, 세계적인 지도자로 남아 존경받는 삶을 사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늘 하루는 유엔 사무총장으로 고생하고 들어오시는 것에 대해 수고하셨다는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별도의 반 전 총장 검증팀도 꾸리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당 차원에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는 대신 신중하게 추이를 살펴보겠다는 것이 원내지도부의 방침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반 전 총장 귀국 직후에는 지도부가 조용히 지켜보더라도, 반 전 총장이 대권행보를 본격화하면 당 차원에서의 견제도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당은 기류가 엇갈리고 있다. 반 전 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던 주승용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10년간 세계평화와 국제협력에 헌신하고 대한민국 빛낸 반 전 총장에게 국민의당을 대표해 감사드린다”며 “정치인 반기문이 아닌, 유엔 사무총장이었던 반기문의 귀국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력 당권주자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반 전 총장이 대선 후보로 활동하려면 정치적 이념 및 방향에 대해 분명히 이야기하는 게 좋다”며 최근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서는 “혹독한 검증을 받는 게 필요하다. 해명해도 국민이 납득하지 않으면 검찰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아울러 “반 전 총장은 지나치게 MB(이명박 전 대통령)측 인사들에 둘러싸여 있다”며 “실패한 정권의 인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같이 실패한 사람으로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양순필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국민은 반 전 총장 귀국에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크다”며 “반 전 총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당연히 책임지고 물러가야 할 새누리당과 그 이탈 세력을 정치적으로 부활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이병욱 기자 shod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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