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의 한 빵집에는 지난해 비선실세 의혹으로 조사를 위해 검찰에 출두하던 최순실 씨의 모습을 그대로 본 딴 '순실이빵'이 손님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세태풍자하며 소소한 웃음… ‘박근혜 즉각퇴진’ 배달 오토바이도

새해를 맞이한 대전 시민이 국정농단 사태를 풍자한 이색적인 ‘생활밀착형’ 시국선언을 이어가며 힘든 현실을 이겨내는 모습이다. 지난 7일 대전의 한 빵집에는 지난해 비선실세 의혹으로 조사를 위해 검찰에 출두하던 최순실 씨가 마스크를 쓰고 시선을 피하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이른바 ‘순실이빵’이 판매 중이다.

순실이빵은 반죽 안에 크림치즈가 들어간 빵으로, 머리와 이목구비는 초코 비스킷으로 표현했다. 지난달부터 판매를 시작한 순실이빵은 손님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이제 멀리서 찾아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 빵집의 대표 A(55) 씨는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시민이 추운 날씨에도 촛불을 들고 평화적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니 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타 지역의 ‘순실이 깜빵’이 화제라는 소식을 접했다”면서 “웃음을 통해 힘든 현실을 이겨내자는 뜻으로 빵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루 두 번, 모두 20개를 구워내는 순실이빵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는 A 씨는 오죽 답답했으면 소소함에도 즐거워하는 시민의 모습을 보면 한편으론 씁쓸함을 느낀다고 한다. A 씨는 “생각보다 뜨거운 반응이 오래 지속되면서 혹시나 문제가 될까 걱정도 된다”면서 “그래도 풍자를 통해 어려움을 이겨내자는 마음으로 ‘유라빵’ 등도 만들 계획”이라고 웃음 지었다.

대전 시내 일대를 누비는 ‘즉각퇴진 배달 오토바이’도 시민의 눈길을 끌고 있다.
대전의 한 중화요리 배달전문점에서 일하는 B(49) 씨는 새해를 맞아 배달 오토바이 뒷편에 ‘박근혜 즉각퇴진’ 스티커를 부착했다. 점심시간 배달을 위해 바쁘게 시내를 누비는 B 씨는 오토바이를 보며 반가움과 열띤 응원을 해주는 시민과 운전자들 덕분에 ‘독립 운동가’가 된 듯한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B 씨는 “초등학생인 딸이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에 스티커를 붙이게 됐다”며 “스티커를 붙인 이후로 시민을 대표한다는 느낌에 안전운전과 교통법규 준수에도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B 씨의 이런 모습을 본 다른 직원들도 덩달아 오토바이에 현 시국을 비판하는 스티커나 깃발을 부착하는 모습이다. B 씨는 “나이, 성별, 직업을 떠나 국민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모두 똑같은 것 같다”면서 “우리를 외면한 박근혜 대통령과 그 뒤에 숨은 비선실세를 걷어내기 위해 국민 모두가 힘을 합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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