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관 청주의료원장
[목요세평]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지만 개인적으로 주고받던 크리스마스 카드나 연하장은 매우 드물어졌다. 오히려 휴대폰의 문자나 카톡 등 SNS를 이용한 인사가 보편화되었다. 그 중에는 정성스레 개인적인 인사말을 쓴 것을 받을 때도 있지만, 단체로 보낸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많다. 이모티콘으로 재미있게 보내진 것도 있고, 연하장을 사진으로 받기도 한다.

동영상도 많이 받았는데 같은 동영상이 서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여러 번 와서 좀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말도 그냥 하는 말이지 진심이 듬뿍 든 인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좀 더 좋은 인사말이 없을까를 생각하다가 '좋은 새해 맞으세요' 또는 '새해에는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라는 말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는 지가 몇 년 된다. 그러면서 가끔은 '좋은 새해'를 맞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스스로 물어 보기도 한다.

해마다 12월이면 모임이 많다. 크고 작은 송년회도 많지만 올해는 확실히 줄었다. 경기가 문제라고 하지만 김영란법 때문에 더 그렇다는 말에 모두 공감하는 것 같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꼭 필요한 모임도 많다. 의료원에서 임상과장회의, 지역주민자문회의, 이사회,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등은 매우 중요한 모임이다.

모든 회의가 한 해를 마감하며 되돌아보는 회의이자 새해의 계획을 언급하는 회의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지막 임상과장회의는 점심에 볶음밥을 함께 먹으며 했다. 2017년 예산 결산을 설명하며 끝까지 마무리가 잘 되도록 부탁드렸고, 새해에는 신장센터와 심뇌혈관센터의 개소에 따를 큰 변화에 대해서 설명도 했다. 지역사회의 건강수준을 높이는 것이 우리 의료원의 소임임을 강조하였고, 모든 환자들에게 정성을 다해 최선의 진료를 해 드리자는 부탁도 했다. 지역주민자문회의에서 나온 지역사회에 살고 계신 탈북자들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 자문위원들의 도움을 받아 홍보나 대관업무를 효율적으로 하라는 등의 제안은 구체화 시킬 필요를 느꼈다. 지역주민자문회의의 제안으로 올해 처음 실시한 김장담그기 행사를 통해 지역의 어려운 주민들에게 나누어 준 것은 잘한 일이므로 앞으로도 계속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사회에서 지적된 사항은 더 실제적이었다. 홍보를 더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의료원이 이렇게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많이 변했는데도 아직도 의료원하면 오래 전 도립병원의 이미지를 떠 올리는 지역주민이 많은 것을 알고 있느냐, 공공보건의료에 예산을 더 많이 편성하라, 청주의료원이 잘 운영하고 있는 장례식장 용품의 가격을 좀 더 낮추는 것도 생각하라, 금년에 노사협의가 잘 되어 서로 주장하고 양보하면서 큰 틀에서 많은 합의를 이루어 냈는데 앞으로도 이렇게 노사가 진솔한 대화 속에 상생하는 방향으로 계속 협력해야 한다,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지적인 의사나 간호사의 이직률을 최소화 하라, 단기고용 직원들을 업무 특성상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등의 여러가지 촉구가 있었다.

가는 해의 마지막 날이나 오는 해의 첫 날이 다른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그것들에게 얼마나 다르게 의미를 부여하는가 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지금 이 시간 청주의료원에 지난 연말에 주어진 여러 가지 중요한 제안이나 지적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구체화시키며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좋은 새해맞이의 하나 일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어느 목사님은 성경에 나오는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라'는 내용을 말씀하시며 지구는 둥그니까 세상 끝을 향해 계속 가다보면 결국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 온다고 하셨다. 오늘 내가 서 있는 이 자리, 가정이든 직장이든 나아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가 요구하는 내게 맡겨진 일에 매 시간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이 좋은 새해맞이가 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