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설계]
대한민국 정치문화 손질 필요
촛불든 국민들 ‘시대교체’ 원해
대선시기 ‘개헌론’은 본질 흐려
리더·국민 함께하는 국가 목표

충청권에서 지난해인 2016년과 올해인 2017년을 관통하며 관심을 끄는 인물 중 한 명이 안희정 충남도지사다. 안 지사는 지난해 대선 참여의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올해는 본격 시작될 대선 정국의 격랑 한복판에 뛰어들어야 한다. 안 지사에 대해 혹자는 대선판이 벌어지면 가장 확장성이 많은 ‘다크호스’라고 하고, 혹자는 ‘검증되지 않은 원석’이라고 한다. 안 지사에게 올해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신년 인터뷰도 자연스레 안 지사의 대선 행보와 그가 가진 비전에 대한 이야기로 흘렀다.

- 올해가 갖는 의미는.

“올해는 개인적으로 중요한 도전 앞두고 있다. 본격적인 대선 후보 경선에 돌입하면, 저의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많은 응원과 격려 부탁한다.”

- 잠룡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지지율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아직 대선 국면이 열리지도 않았다. 지금 지지도를 묻는 건 비상장 회사의 주식가치를 묻는 거와 같다. 선거 전 대다수 국민은 자기 생업과 삶 속에서 바쁘지만 선거 공간에서는 국민들이 알아줄 것이다. 특히 정치인마다 ‘성장판’이 열리는 시점 다르다. 청소년 시절에 보면 중학교 때 웃자라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고등학교 때 훌쩍 크는 친구들이 있지 않나. 본격적인 대선 구도가 열리면 국민들은 안정감과 책임감, 정체성 부분을 우선시 할 것이다. 2002년 대선 당시를 보자. 노무현 후보도 지지율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경선이 시작되면서 대역전 드라마를 쓰지 않았나. 가장 확장성 있는 '진짜 물건'이, 여론의 확장성이 승리의 관건이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세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많은 국민들을 폭넓게 모아낼 수 있어야 집권이 가능하다. 저는 민주당 불모지, 가장 보수적인 충남에서 처음으로 도지사에 당선되고 재선까지 한 정치인이다.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진보와 보수 프레임에서, 민주당이 어려운 지역에서 충남도민의 지지를 얻어냈다. 분열을 깊이 있게 봉합할 수 있는 민주당의 후보가 될 것이다.”

- 안 지사가 각종 강연이나 인터뷰를 한 내용을 보면 대통령에 대한 그림 보다는 대한민국의 정치문화에 대한 것들이 더 많다. 대통령이 되고 싶은 것인가, 대한민국의 정치문화를 바꾸고 싶은 것인가.

“저는 대한민국의 정치문화를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직업정치인으로서 ‘안희정’의 목표는 정당정치를 제대로 세우는 것이다. 대한민국 전체의 정당과 민주주의라는 틀에 대해서 관심이 있고, 또 그중에서 제가 속해 있는 진보진영 전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이 정당정치를 어떻게 책임있게 국민 앞에 세우느냐에 하는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또 하나의 목표는 21세기 더좋은 민주주의를 하는 것이다. 특권과 반칙을 없애는 것만 가지고 민주주의가 작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가 작동을 하려면 다수결이 정착돼야 한다. 우리가 모여 살면 뭔가 합의를 해서 결론을 내야하고 그렇지 못하면 이 공동체가 깨지게 돼 있다. 민주주의는 서로 합의해서 하자는 건데, 합의해서 하려면 특권도, 반칙도 없어야 되고 모든 사람이 제도를 잘 따라야 하는, 이 룰 위에 다수결이 원칙 되어야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수결 주의가 아직 우리 사회에서 정착이 안 되어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다수파가 그 다수파의 권력을 너무 자기마음대로 써 버리기 때문에 안 되는 경우가 있고, 소수파가 죽자고 재 뿌리기 때문에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다수결 문화를 확립하려면 반드시 다양성과 공존이라고 하는 철학을 가지고서 어떤 관례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것을 제도화 시켜 내는 일이 민주주의라는 역사에 기여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의 제 목표다.”

- 정치인 안희정의 장점은 무엇인가. 또 다른 대권주자들과의 차별성을 무엇인가.

“이 시대, 국민 명령의 핵심은 시대교체다. 가장 철저히 준비한 사람은 바로 저 안희정이다. 시대마다 요구하는 리더십이 다르다. 촛불광장에서 국민들은 낡은 20세기 체제와 통째로 결별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라고 명령하셨다. ‘안녕 박정희, 안녕 박근혜’를 외쳤다. 국민의 명령의 핵심은 시대교체이다. 이 시대교체를 가장 철저히 오랫동안 준비한 사람이 누구인가. 저는 2010년 도지사 선거부터 '안녕, 박정희', 그리고 이를 넘어 낡은 20세기와 결별하자고 외쳤다. 도지사 내내 이 과제를 잡고 고민하고 행정을 펼쳐왔다. 20세기의 낡은 지역주의, 이념갈등, 패거리 정치와 결별하며 안희정만의 정치를 보여왔다. 분열된 대한민국을 통합해서 국민의 힘을 모으고 시대교체의 과제를 실천할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도전이 유력시된다. 또 반 총장을 중심으로 한 제2지대론도 나온다.

“반 총장은 당신이 어떤 정치를 할지, 어떤 정책과 노선, 소신으로 정치를 할 지에 대해 분명하게 밝혀주길 바란다. 그냥 우리나라가 최초로 배출한 유엔사무총장이었다라는 명성 이외에 어떤 지도자가 될지에 대해서 저는 들어본 바가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현재까지는 실망이다. 현재 반 총장과 제3지대는 단지 대선을 위한 선거조직으로서의 정당을 얘기하는 것이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에 모든 국민과 노무현대통령이 유엔사무총장 자리를 얻기 위해 노력했던 것은 분단과 갈등 위에 있는 대한민국의 과제를 해소하는데 유엔사무총장으로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 달라고 했던 염원이 있었다. 그러나 반 총장은 이 염원에 대해 지난 10년 동안 어떤 것도 화답하지 않았다. 반 총장은 단 한 차례의 북한 방문도 하지 않았고, 남북한의 분단과 긴장해소를 위해 어떠한 구체적 노력도 하지 않았다. 사무총장으로서도 역할을 안했는데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겠나. 그 순간에 일을 하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못하는 것이다.”

-대선 주자들을 중심으로 개헌논의가 나온다.

“이번 대선은 개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대선은 새누리당 정권에 대한 무능과 부패에 대해 국민들이 심판하고 좋은 지도자를 뽑는 일이다. 저는 진즉에 개헌에 대해 찬성해 왔다. 또 논의는 앞으로도 지속되어야만 한다. 다만 대선을 앞두고 정략적으로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차기정부 검증을 위한 초점을 흐린다. 개헌론에 찬성하면 모두 다 면죄부를 받거나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받는 정치프레임은 위험한 것이다. 지금 개헌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쟁점은 우리가 검증해야할 주된 내용을 흩뜨리고 있다. 후보가 어떠한 민주주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그가 국민을 위해 어떠한 민주주의 지도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할 때에 이헌집정부제냐 아니냐, 내각제냐 아니냐로 등의 개헌 논의 프레임으로 찬성·반대로 쟁점 붙으면, 그것은 박근혜 정부를 잘못 선택했던 지난 대선을 만드는 것이다. 2012년 대선 때 ‘어린 나이에 부모 잃은 박근혜 불쌍해’라는 프레임 아니었나. 이렇게 거짓 구도를 가지고 후보를 검증하니 이런 사태를 만드는 것 아닌가. 대한민국 5년 이끌 지도자를 뽑는다면 가장 핵심은 민주주의 비전을 어떻게 가지고 있는지, 현 체제와 외교안보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지, 현재 성장이 멈춘 경제정책과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임금소득자의 극단적 양극화를 어떻게 풀 것인지를 놓고 선택을 해야 하지 않나. 이런 쟁점 놓고 논쟁하고 토론해야 할 시기에 개헌을 가지고 프레임을 짜면 또 허탕치게 된다. 그래서 제가 이번 대선에선 개헌을 빼라는 것이다. 개헌은 이미 참여정부때도 필요성에 대해 제기했다. 그 때는 전부 반대하다가 이제 대선 앞두고 개헌 카드 들고 나오면, 온전한 개헌을 하자고 보이지 않는다. 선거용으로 판을 흔들기 위한 개헌논의인 것이다. 정략적 개헌 논의는 국민들이 원하는 바도 아니고, 대한민국 미래발전에도 도움이 안된다. 저는 분명히 말씀드린다. 대통령이 되면 개헌논의 추진 할 것이다.”

- 안 지사가 꿈꾸는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

“억울한 일 없고, 안전하며, 풍요를 누리는 나라이다. 국가는 세 가지만 잘하면 된다. 첫째 국민들이 돈 없고 빽 없다고 억울한 일 당하지 않게 해야 한다. 둘째는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안전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 세번째는 인간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물적 토대가 갖춰지고, 창의와 노력으로 마음껏 부를 창출할 수 있는 나라가 되도록 해야 한다. 국가가 제 역할을 다하면 국민들은 엄청난 힘을 분출할 것이며, 대한민국이 새로운 도약을 하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리더 혼자 만들 수 없다. 국민과 '함께'해야 한다. 나를 뽑아주면 다해주겠다는 정치인이 있다면 거짓말쟁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국민과 함께 해야 한다. 지도자 몫은 결을 제대로 타고, 공정성을 관리하는 것뿐이다. 나머지는 국민들이 다 알아서 하신다. 민주주의 사회는 사공이 많은 사회이다. 진행 방향만 결정되면 그 다음엔 주권자들이 힘차게 노를 저어 줄 것이다.”

- 안 지사의 대선 도전에 따른 도정 공백 우려도 많다.

“먼저 도정에 충실하게 일을 보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 내년도 예산 확보하는 일이나 충남 도정에서 도출된 전국적 의제를 국회에서 토론하는 일이나 성실하고 차분하게 도정을 살피고 있다. 2010년과 2014년에 출마하면서 지방정부의 경험을 살려 실력을 쌓는다면 대한민국을 이끄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공언해 왔다. 도정을 충실히 살피고 노력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이끌 수 있는 전제조건이라는 점이고, 이를 도민들께서도 흔쾌히 받아주신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도정에 소홀함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오히려 저의 도전은 도정발전에 큰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 도민들께서도 두 가지 마음이실 거 같다. 일도 단단히 잘보고, 때 되면 또 충청도를 대변해서 잘 도전도 해주고 그런 마음이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민이 바라시는 두 가지 모두 잘 챙겨보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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