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가가 심상찮다. 생필품, 기호식품, 휘발유 등 뭣 하나 오르지 않는 것이 없다. 동네 슈퍼에서 만원짜리 한 장으로 살 수 있는 게 몇 가지 안 될 정도다. 밥상에 필수적으로 올라가야 하는 채소나 농축수산물의 가격이 급등했고, 신선식품 상승률은 2010년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류인플루엔자(AI)의 여파로 계란 값마저 한판에 1만원대를 넘어 빵, 과자류의 값도 덩달아 오를 태세다.

서민들이 한숨을 쉬는 이유는 잠재적으로 물가안정 요인이 없다는 점이다. 정국혼란에 함몰된 정부가 과연 서민 고충을 제대로 들여다보고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물가관리를 느슨하게 하는 사이 기업들이 어물쩍 가격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 생활물가의 격랑에 휩쓸리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가계의 살림살이가 여간 어렵지 않다. 2003년 신용불량자를 대거 양산한 이른바 신용카드 대란에 이어 주거비·교육비 부담이 크게 늘면서 가계 빚이 급증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300조원 수준이던 가계 부채가 1300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소득 하위 20%의 현금서비스 이용액도 연평균 6%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부족한 생활비를 현금서비스로 돌려막다보면 취약계층의 대출이 더욱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경제 적신호는 자영업자 증가에서도 잡힌다. 국세청이 발간한 통계연보에 따르면 하루 평균 3000명씩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3명 중 1명꼴만 생존하고 있다고 한다.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은퇴 후 노후 준비가 되지 않은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청년들이 창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자영업 증가는 가계부채 악화요인이자 일자리 질에 적신호가 될 가능성이 크기에 허투루 봐서는 안 된다.

새해에는 시내버스, 도시철도, 상·하수도 요금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됐거나 인상될 예정이다. 소득은 쥐꼬리만큼 늘어도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맨다고 해도 생활비가 빠듯하다. 당국은 정확한 실태 조사를 기반으로 서둘러 물가대책을 세워 나가야 한다. 이러다간 서민은 물론 경제 자체가 깊은 수렁에 빠질 공산이 크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