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나인문 편집국장
생거진천은 예로부터 ‘교육명당’
아이들 효·예 교육 최선 다할것
가정·학교 가르치고 기르는 교육
아이들 머리속 禮부터 깨워줘야
혼란정국 위정자부터 솔선수범을

“공자(孔子)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했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어버이는 어버이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작금의 사태를 볼 때, 우리의 위정자들은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위정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땐 따끔한 회초리를 맞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매서운 한파 속에서도 국민들이 밝힌 촛불이야말로 위정자들에게 보내는 따끔한 회초리라고 생각한다.”
방송에서 재치있는 입담과 친숙한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청학동예절학교 김봉곤(50) 훈장을 진천군 문백면 평산리 선촌(仙村·신선마을)서당에서 만났다. 지리산 청학동에서 태어나 20년간 전통서당 공부를 거친 그는 2012년 3월 이곳에 전통한옥과 누각 등을 짓고 진천에 정착했다.

그는 전국의 명소들 가운데 진천에 정착한 이유에 대해 ‘살아서는 진천’이라는 이름 그대로 ‘생거진천(生居鎭)의 매력 때문이었다고 단언했다. 지금의 선촌서당 역시, ‘신선이 머무는 곳’이라는 말처럼 풍수와 지형, 여유와 멋이 어우러진 풍경을 담고 있다.

“지리산 청학동에서 진천으로 자리잡기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진천군과 인연이 닿게 됐고 평사마을을 둘러보게 됐다. 풍수지리적으로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명당(明堂)터에 속하는 이곳을 수십차례 답사하며 심사숙고했다. 아이들에게 배움의 정신을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보니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

김 훈장은 올해로 26년째 훈장의 길을 걷고 있다. 그동안 무수한 교육생을 배출했고 현재도 아이들에게 백행의 근본인 ‘효(孝)’와 인간의 도리인 ‘예(禮)’를 가르치고 있다.

“요즘엔 기초예절도 안 된 아이들이 너무 많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신발 놓는 법, 숟가락 놓는 법, 인사하는 법, 존대말 쓰는 법을 엄하게 가르친다. 엄부자모(嚴父慈母)란 얘기처럼 자애로운 어머니와 달리 엄한 아버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때로는 아이들에게 저승사자로 불릴 정도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기에 예절 정신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몸에 베일 정도로 예절교육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억지로 시켜서 될 일은 아니다. 스스로 깨달아 바르게 행동하게 만들어 줘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서당에서 그의 역할은 아이들 머릿속에 잠자는 효를 일깨워주는 일이다. 그는 효(孝) 교육에서 ‘위치(?)’를 중시한다. 한자의 형성(形成) 그대로 ‘효(孝)’는 ‘나이 든(老) 부모를 자식(子)이 떠받들고 있는 형태’에서도 엿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요즘은 가정을 자식이 주도하고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아닌 학생들이 주도하고 있다. 위치가 잘못됐다. 자식들이 아래서 부모를 업는 것이 본래 효의 의미다. 효를 가르치는 행위, 그 자체가 바로 ‘가르침(敎)’이다. 인간이 동물과 가장 큰 차이점은 교육(敎育)을 실천한다는 데 있다. 동물은 단순 사육(飼育)하는 것이다. 인공적인 행위인 가르침을 통해 짐승과 구별되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김 훈장은 최근 교육현장이 위계질서가 무너지고 역전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김 훈장은 청학동 훈장이란 별명 외에도 ‘회초리 선생’이란 별칭이 따라다닌다. 2010년부터 매월 1일을 '회초리의 날'로 선포하고, 효도와 예절, 도덕을 실천하기 위한 회초리 바로쓰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붙은 애칭이다.

“그야말로 ‘유아독존(幼兒獨尊) 교육’의 시대다. ‘자기 혼자만 잘났다고 하는 유아독존(唯我獨尊)’과 같이 요즘은 ‘어린(幼), 아이(兒)’가 독존하는 시대다. 아이들이 부모님, 선생님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있다. 부모의 옆에 서서 친구가 되려 하고, 심지어 부모를 이끌며 선생님을 되레 가르치려 든다. 그렇기 때문에 ‘회초리(回初理) 교육’이 꼭 필요한 것이다. 회초리는 한자로 돌아올 회(回), 처음 초(初), 다스릴 리(理)자를 쓴다. 초심으로 되돌아가도록 다스린다는 뜻이다. 무형의 회초리를 통해 아이들을 혼낼 수도 있고 깨우칠 수 있도록 한다. 그렇다고 감정을 실어서 때리는 것은 참교육이 아니다. 회초리를 꺾어 오라고 시키면 회초리를 가져오면서 아이들은 많은 생각을 하고,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부모와 스승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회초리는 교육적인 처방이라고 생각한다.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진리를 가르치는 것이다. 말과 회초리를 어떻게 처방하느냐가 중요하다.”

김 훈장은 학교를 비롯해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지(智)·덕(德)·체(體)’가 고루 동반된 균형있는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주창한다. 아이들의 인성은 선천적으로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어린시절 습관적인 교육을 통해 고양할 수 있다고 설파한다.

“현대의 교육현장에서는 상호작용이 없다. 학생들이 제대로 보고 듣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성적 위주의 악습때문이다. 인간의 가치는 지식만으로 절대 충족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지식과 도덕, 올바른 체력을 고루 갖춘 균형있는 성장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절체절명(絶體絶命)의 난국을 푸는 해법도 모두 ‘지덕체’를 근간으로 하는 참된 교육이 부족했다는 진단이다.

“위정자들이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을 제대로 실천했다면 오늘과 같은 국가 위기는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의무와 책임을 부여받은 위정자들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제멋대로 휘둘렀기 때문에 이러한 난국에 직면한 것이다. 삼라만상(森羅萬象)은 모두 자신의 자리가 정해져 있는 만큼 그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망족(忘足)은 이지적야(履之滴也)’라고 했다. 발을 잊는 것은 신발이 편안하기 때문에 발을 잊을 만큼 편안한 것이고, 그만큼 모든 사람이 자기의 자리에서 자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위정자들이 앞장서 책임을 다한다면 국민들이 결국 감사와 고마움을 느끼고 춤추는 2017년 정유년(丁酉年)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 김영복 기자 kyb1020@cctoday.co.kr
김봉곤 훈장 약력
△출생지: 지리산 청학동(전통서당(20년)·판소리(10년) 공부), 학력: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수료,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수료, 경력: 도덕성회복 국민운동본부 부총재, 사랑실은 교통봉사대 특별자문위원, MBC 청학동 여름예절캠프 진행, 교육, 국립중앙극장 창극단 연수단원, 사단법인 우리문화나눔 이사장, 방송활동: 1992년~현재, 저서: 족보 1시간만에 보는 법, 효와 예 이야기, 명심보감 이야기, 고사성어 이야기, 동화 한자 24권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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