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금류 사육농장들이 효과가 떨어지는 부적정한 조류 인플루엔자(AI) 소독제를 사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독제 자체를 비치하지 않은 농가도 있었다고 한다. AI에 대처하는 자세가 너무 안이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AI 바이러스의 확산 여부는 초기방역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금류 사육농장의 소독제 사용실태를 파악한 결과 근본적인 문제가 노출됐다. 충남도내 고병원성 AI 확진농가 22곳 중 19곳이 효력이 미흡하거나 미권고 된 소독제를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고병원성 AI 확진농장의 사용소독제 내역'에서다. 4개 농가는 AI 확진 당시까지 효력이 미흡한 소독제를 사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부적정한 AI 소독제 사용은 비단 충남지역 농가만이 아니다.

AI 소독제는 AI확산을 막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다. 효능이 없거나 떨어지는 소독제로 AI를 차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 1~5월 사이 62개사, 172개 품목의 AI 및 구제역 소독제품에 대한 효력시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27개 품목은 AI 소독제의 효력이 미흡한 것으로 판정됐다. 앞서 가금류 사육농가에서 소독제의 효능에 문제 제기가 있었던 터였다.

부적정한 소독제로 판정된 소독제는 판매중지하거나 회수조치 했음에도 몇몇 농가들은 지속해서 사용했다고 한다. 또 상당수 농가들은 산화제 계열의 소독제를 사용토록 한 정부의 권고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겨울철에는 저온에서 효과적인 산화제 계열의 소독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정부 권고를 따르지 않은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AI 사태로 살처분 된 가금류가 이미 2000만 마리를 넘어섰다. 지난달 16일 첫 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이후 불과 35일 만의 일이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AI가 발생한 일본은 철저한 방역으로 피해를 우리의 5% 수준으로 줄였다니 시사하는 바 크다. 판매중지 되거나 회수 조치된 제품이 방역에 사용됐다는 건 방역시스템에 구멍이 뚫렸음을 보여준다. 방역당국은 농가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AI 소독제 관리강화가 도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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