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 숙지 미숙 혼란 이어져
매몰업체 수소문에 시간 허비
작업반 20여시간 뒤 현장투입
방역도 곳곳에서 허점 드러나
기본적 방역대 설정조차 못해

AI(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이후 옥천군이 방역대응에 우왕좌왕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정부의 AI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상향되는 등 국가적 재난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경험미숙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옥천읍의 한 산란계농장에서 AI 의심신고가 들어온 것은 지난 21일 낮 12시30분이다. 충북도축산위생연구소 검사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30여마리의 닭이 폐사했고 그 뒤 검사를 통해 AI 양성반응이 나왔다.

이 때부터 옥천군에 방역시스템이 가동됐지만, 혼란이 이어졌다. 예방차원에서 해당 농장의 닭 10만여 마리를 서둘러 매몰해야 했지만, 경험이 없는 군 방역팀은 업체를 수소문하느라 상당시간을 허비했다.

실제, 처음에는 충남 예산의 한 용역업체에 살처분을 맡기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작업지연을 우려해 갑자기 충남 부여 소재 업체로 변경했다. 이 때문에 20여시간이 지난 22일 오전 10시경 작업반이 현장에 투입됐다.

방역도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AI가 발생한 농장은 다른 산란계 농장 2곳을 같이 운영하는 가족형 농장으로, 이들 가족이 각자의 명의로 운영하는 농장 3곳에서 45만여 마리의 닭을 키운다. 이 중 AI가 발생한 농장 주위 1곳은 방역 보호지역 안에 있지만 다른 한 곳은 방역대 밖이어서 AI가 농장을 통해 확산될 경우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농장마다 관리인이 따로 있어 전파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하루가 지난 22일까지도 농장 3곳이 사료 운반차량이나 계란 출하 차량을 공유했는지 여부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옥천군은 AI 양성판정 4시간 뒤 브리핑은 통해 반경 3㎞안에 가금류 농가 194곳이 있다고 밝혔으나 하루만에 37곳으로 정정했다. 기본적인 방역대 설정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옥천군은 2003년 12월 국내 AI가 발생한 이후 한차례도 발생하지 않은 곳이다. 역대 최악의 AI로 불리우는 2014년 195일 동안 전국에서 1396만여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 됐을때도 옥천군은 무풍지대로 남았었다.

군 관계자는 “AI발생이 처음이다 보니 방역 매뉴얼 등이 제대로 숙지되지 않거나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재난대책본부가 제 기능을 발휘하면서 손발이 맞춰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옥천=박병훈 기자 pbh050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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