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관 청주의료원장
[목요세평]

날씨가 차가워지면서 가끔 현관에 나가 의료원을 찾는 환자분들께 문을 열어드리며 맞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갖는 생각은 걸음걸이가 불편하신 어르신이 참 많다는 점이다. 차에서 내리시는 것 부터가 어렵다. 부축해 드려야 하는 분이 많다. 계단 세 개만 오르면 될 것을 그것이 안 되어 램프로 서른 걸음 이상을 돌아 오셔야 하는 분, 그냥 계단에 힘겹게 발을 올려놓으시기는 하나 도와 드리는 손을 힘을 들여 꽉 잡으셔야 간신히 올라오시는 분, 드물지 않게 휠체어를 이용해야만 하시는 분, 한숨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이 분들의 이야기는 '다리가 아파 걷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그 말씀에 가슴이 아려온다.

겨울이 되고 김장철이 지나며 정형외과 대기실이 매우 복잡하다. 관절 수술 담당 코디 선생에게 물어보니 '농사일이 다 끝나고, 또 김장을 다 해 놓으신 후에야 수술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많아 요즈음 이렇게 붐벼요'라고 대답한다. 한 해 겨울 반찬인 김장까지 다 해 놓으셔야 마음이 놓이셔서 그제야 자신의 아픈 몸을 챙기시는 어르신들, '농사일 다 끝내고, 김장까지 다 해 놓으시고' 하던 관절 코디 선생의 이야기에 가슴이 아려온다.

물리치료실 앞을 지나다 보면 '아아아아! 아파 아파, 그만해, 그만해요!'라며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소위 '꺾기'를 하는 것이다. 인공관절 수술을 하신 후 기구를 이용해 관절기능 회복을 도와드리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심한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호소다.

우리 의료원에는 한의사 선생도 한 분 계신다. 의학과 한의학의 협진을 활성화하기 위해 현재 전국적으로 의한협진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청주의료원도 시범사업기관 중의 하나다.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 환자가 많은 우리 의료원에서는 의한협진이 잘 되고 있고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물론 한의과에만 진료를 받으러 오시는 분들도 적지 않다. 대부분 팔 다리가 불편해서 찾으시는 환자들에게 한의과 과장이 하시는 첫 말씀은 '어머님(아니면 아버님), 지금까지 참 고생 많이 하셨네요'다. 그 상황과 분위기를 머릿속에 그리며 그렇게 말씀하시는 과장님, 그런 말씀을 들으시는 어르신 환자분들 사이에 오고가는 좋은 감정들을 생각하며 내 마음도 좋은 감정으로 아려온다. 원장으로서 매년 몇 분의 임상과장을 채용한다. 면접 후 채용을 결정하면서 한의과장의 이야기를 꼭 한다. 상대적으로 연세 드신 어른들이 많고 또 만성질환으로 고생하시는 환자분들이 많은 의료원에서 환자를 대하는 그 과장의 태도는 우리 의사 모두가 환자를 대할 때 가져야 할 기본적이며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청주의료원은 대한노인회 산하 노인의료나눔재단과 함께 저소득층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해 드리고 있다. 의료원의 가장 중요한 소임인 공공보건의료사업의 일환으로 실시되고 있는 이 사업을 통해 올해만 230여 건의 수술을 해 드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드렸다. 이 공로로 공공의료팀장은 지난 11월 12일 노인의료나눔재단 2주년 기념행사에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이런 실적이 가능한 것은 청주의료원의 무료간병 서비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등이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가동되기 때문이다. 우리 의료원 조직표에는 지역주민자문회의가 들어 있다. 의료원의 경영상태, 사업 등 모든 사항을 지역주민께 보고하고 논의하며 자문을 구하는 조직이다. 지난주에 있었던 회의에서 회원 한 분이 이 사업에 대해 칭찬해 주시며 앞으로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주변에 무릎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라고 강조하시던 그 회원의 말씀도 내 가슴에 큰 울림으로 부딪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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