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유전자 국내 잠입, 농장간 전파 시스템 문제, 백신도입이 최선의 대책

"바이러스 복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유전자가 이미 수개월 전인 지난 봄부터 국내에 들어와 있다가 가을부터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한 것입니다. 현재 사태에서 해법은 백신 도입 밖에 없습니다."

AI 전문가인 충남대 수의과대학 서상희 교수는 전국을 휩쓸고 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H5N6)에 대한 대책으로 한시적으로라도 백신을 도입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1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서 교수는 정부가 AI 확산의 전파 주범으로 지목한 철새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 교수는 "전파 주범이 철새라는 가능성은 있지만 확인된 것이 아니다. 농장 간 전파는 명백한 방역 실패다. 감염경로를 명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철새 분변에서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검출되니까 철새를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역학조사에서 철새에서 유래한 바이러스가 감염원이라는 것은 명확히 확인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 가금류 농장은 철새 분변의 바이러스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으나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농장 간 확산은 방역시스템의 실패라는 게 서 교수의 설명이다. 확산 원인에 대해 서 교수는 "이미 수개월 전 국내에서 들어와 올여름 무더운 날씨로 농민들의 감지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증상을 보이지 않다가 바이러스가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됐다고 생각한다. 첫 발생지인 충북 음성, 전남 해남에서 전국적으로 짧은 시간에 발생했다. 이는 최근에 들어온 것이 아닌 이미 오래 전 바이러스가 국내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또 서 교수는 AI 바이러스(H5N6)에 '5가지 유형'이 있다는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역학조사와 달리 현재 한가지 유형의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현재 국내 AI는 중국 AI 바이러스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PB1 부분에 저병원성 AI 바이러스가 재조합돼 만들어진 한가지 유형의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일본 가고시마현 AI는 국내 AI가 전파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바이러스는 8가지 유전자가 최적의 조합을 이뤄 확산하기 때문에 대유행 상태에서 여러 변종이 동시 유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현 사태에 대한 해법으로 백신 도입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지금 상태로 가면 AI 토착화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국가적, 경제적 손실이 심각한 상황에서 중국이나 동남아처럼 한시적으로라도 빨리 백신을 도입해야 된다. 백신이 가장 최선의 대책으로 바이러스 검사를 제대로 하고 수입 이후 두 달 가량이면 국내 생산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끝으로 서 교수는 "앞으로 여름철 닭, 오리의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만 제대로 해도 AI 연례행사를 막을 수 있다. 바이러스 정기검사를 통해 조기에 감염을 발견하고 확산을 막는 방역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강은경 기자 ekka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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