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의료봉사 3000명 무료수술, 개도국 구순구개열·화상 등 치료
암센터·건강증진센터 오픈, 분야별 특화 진료서비스 제공
지역 대형병원 국내 최고 자부, 지속적 투자 노력 기억해 주시길

▲ 홍인표 을지대학교병원장
“을지대병원을 찾는 모든 분들은 저희 가족입니다.”

최근 제15대 을지대학교병원장으로 취임한 홍인표 원장은 병원 설립 이념인 '인간사랑 생명존중 실천'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40여년의 의사 생활동안 중국과 몽골, 라오스 등 개발도상국을 돌며 의료봉사를 실천해온 홍 원장은 환자가 중심인 병원을 만들어나가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대전을 대표하는 종합병원으로써 지역민을 위해 최고의 의료서비스 제공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홍 원장을 만나 향후 병원 운영 방안과 앞으로 포부를 들어봤다.

대담=김대환 대전본사 정치사회부장

-제15대 병원장 취임 소감이 있다면.

“을지대학교병원은 ‘인간사랑, 생명존중’의 이념을 기본으로 환자를 가족같이 섬겨야 한다는 설립자 故 범석 박영하 박사님의 참뜻을 실천하고 있는 지역의 대표 의료기관이다. 을지대병원과 함께하게 된 순간부터 병원 슬로건인 ‘당신도 을지가족입니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환자, 보호자 등 외부고객뿐 아니라 교직원과 지역 협력 의료기관 등 지역사회에서 궤를 같이 하는 모든 분들이 을지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큰 짐을 짊어진다는 생각보다는 더없이 든든한 마음으로, 을지가족 여러분들과 함께 이루어 나갈 것이다.”

-왕진가방을 들고 해외 곳곳을 돌며 의료봉사를 펼칠 남다른 이력이 있는데.

“국립의료원에 들어간 것이 1985년이다. 당시 길을 다니다보면 일명 ‘언청이’로 불리는 구순구개열 환자가 참 많았다. 정부에서 이들에 대한 치료 사업을 활발하게 펼쳤고 2000년대 들어서는 이런 환자들이 현저히 줄었다. 2010년 초반 우연히 중국을 방문하게 된 일이 있었는데, 과거 한국의 모습처럼 입술이 갈라진 구순구개열 환자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또 당시 중국은 의료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구순구개열 수술을 하는 의료진도 많지 않은 상황이라 한국의 의료기술을 전수하는 사업도 추진하게 됐다. 이렇게 시작된 의료활동이 몽골, 우주베키스탄, 라오스 등 개발 도상국가들을 다니게 됐고, 구순구개열과 화상흉터, 손발 기형 등 선천성 기형 소아환자 3000여명에게 무료 수술을 하게 됐다.”

-지난 10월 을지대병원 암센터와 건강증진센터가 오픈했는데.

“중부권 의료 발전을 선도해 온 을지대병원은 암센터와 건강검진센터라는 도약의 날개를 달고 서서히 비상하고 있다. 지하 3층, 지상 7층의 암센터 및 건강증진센터는 부인·종양 및 혈액종양, 유방·갑상선외과 등 분야별로 특화된 진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암센터는 산과와 부인·종양과를 분리 운영하여 재발과 전이가 쉬운 부인암에 대해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센터 5·6층에 자리한 건강증진센터가 종합검진센터와 국가검진센터를 분리 운영하면서 동선이 간결해지고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대전의료원 설립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사실 공공의료기관과 지역의료기관의 역할은 확연히 다르다. 그런 점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공공의료기관이 생긴다면, 민간의료기관이 소화하지 못하는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공공의료기관 하나를 더 짓는 것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진정한 공중보건 및 공공의료의 개념과 역할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특히 의료취약계층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진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능과 내실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병원 내 노조가 설립됐다. 향후 노사관계를 어떻게 정립해 나갈 것인지.

“노조가 탄생하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것은 병원에 대한 애정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병원, 그리고 재단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은 아마 누구나 같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저마다 다른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 생각이 든다. 취임 전 노조 파업으로 인해 병원의 정상진료가 어려워져 시민에게 불편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여러 불편을 감수하면서 변함없이 신뢰와 성원을 보내주신 환자와 보호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 노사 간의 합의를 바탕으로 더 좋은 을지, 더 나은 을지를 만들고,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으로 보답하겠다.”

-지역 환자 역외 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다. 어떤 노력을 기울일 생각인지.

“수도권이 1시간 생활권 안에 들어오면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선호하는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으려는 경향이 크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보면, 2004년 6만명이던 대전 환자의 서울 유출은 2013년 10만 2000명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지역 의료기관도 수도권 못지않은 진료 환경과 수준 높은 의료진, 최첨단 장비를 갖췄다는 것을 지역민도 알아야 한다. 저희 을지대병원 뿐 아니라 지역 대형병원들의 의료수준은 국내 최고임을 자부한다. 지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고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

-최근 대규모 감염사태로 감염병 관리가 매우 중요한데.

“최근 메르스, C형 간염, 결핵 등 감염질환이 집단 발생하며 전국 의료기관들이 크고 작은 파동을 겪은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병원 내 감염이 문제로 대두됐고, 덕분에 철저한 감염관리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폭넓게 자리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을지대병원도 지난해 감염질환 환자 발생으로 홍역을 치르며 지역의 큰 진원지 중 한 곳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추가 감염자를 단 한명도 발생시키지 않으며 감염관리 체계의 안정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현재 을지대병원은 감염병 발생시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의료 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환자실뿐만 아니라 응급실에서도 감염질환 환자를 격리할 수 있도록 음압병실을 개설할 예정이다. 을지대병원이 둔산지역에 있다 보니 대전에서 발생한 응급환자 40% 정도가 이곳으로 온다. 이런 이유에서 현재 80병상 규모인 중환자실 여유가 부족하다. 이런 점을 감안해 내년 중환자실을 150병상 규모로 증축하는 등 최상의 의료서비스 제공에 노력할 것이다.”

-향후 병원의 발전 방향과 앞으로 각오가 있다면.

“역사상 가장 큰 피라미드로 알려진 쿠푸 왕의 피라미드는 높이만 138m에 이른다. 높이를 가늠해보니 더 놀라운 것은 피라미드를 짓고자 동원했을 노동일 것이다. 견주어보면, 을지대병원도 하나의 피라미드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 완성된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조금씩 다듬고 또 다듬어 완벽을 기해가는 과정 속에 있다. 여기에 을지재단의 설립이념인 ‘인간사랑 생명존중’의 가치를 담아 을지 만의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981년 태어난 을지대병원은 현재 서른여섯의 어엿한 청년으로 자리해 있다. 사람의 나이로 따지면 가장 열심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연령대라 할 수 있을 것이며, 앞으로 을지가족 일원들과 한 마음 한 뜻으로 을지대병원을 불혹에 이른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시키고자 한다. 지역사회와 함께 이뤄 나갈 수 있도록 힘쓰고, 함께 발전하기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

정리=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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